이른 아침 강원도 정선 두위봉에 오른 등산객들이 붉게 타오르는 아침 해를 배경으로 정상 부근 능선을 수놓은 연분홍 산철쭉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1500m에 육박하는 고도와 높은 위도 때문에 두위봉 철쭉은 늦게 피어 늦봄과 초여름이 공존하는 화원의 정취를 풀어놓는다.

두위봉(斗圍峯). 강원도 정선에 있는 해발 1466m 높이의 산이다. 본래 이름은 ‘두리봉’. 두루뭉술하고 덕스럽게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두위봉은 기기묘묘한 경치도, 날렵하게 치솟은 암봉도 없는 부드럽고 육중한 육산이다. 하지만 긴 능선과 넓은 품을 가졌다. 우거진 숲을 뚫고 지나면 간간이 트이는 조망이 시원함을 내놓는다. 산정 부근에는 연분홍 산철쭉이 마지막 화려함을 수놓고 숲 사이사이 야생화들이 아우성치며 산객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자못골을 들머리로 잡아 오르면 두위봉 정상까지 2시간 남짓 걸린다. 곧추 세운 된비알은 아니지만 줄곧 오르막길이다. 정상 직전 ‘두위봉 철쭉비’에 이르면 시야가 확 트인다. 멀리 함백산과 첩첩이 이어지는 산봉이 산수화를 그려낸다. 그 주변에는 산철쭉이 여름으로 향하는 마지막 봄을 수놓고 있다. 푸른 신록을 배경으로 화사한 연분홍 화장을 마친 도시의 멋쟁이처럼 자태를 뽐낸다. 1500m에 육박하는 고도와 높은 위도 때문에 개화시기가 늦은 두위봉 철쭉 위로 희뿌연 안개와 구름이 흐르면 무릉도원의 이상향이 따로 없다.

이곳에서 두위봉 정상을 지나는 능선길은 짙은 숲에 싸여 신비스러움을 간직하고 있다. 자연생태가 잘 보전된 참나무 등이 조화를 이루며 최고의 경관을 선사한다. 나뭇잎 사이를 뚫고 내려앉은 햇빛을 받은 길섶에는 앙증맞은 야생화들이 지천이다. 금강애기나리, 요강나물, 풀솜대, 벌깨덩굴…. 이름만 들어도 아름다움이 저절로 느껴질 법한 꽃들이 손짓한다.

천연기념물 제433호로 지정된 두위봉 주목.

꽃들도 아름답지만 이 산에서 봐야 할 것이 또 하나 있다. 두위봉 9부 능선쯤에 1400여년의 풍상을 견뎌낸 주목이 살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433호다. 나무의 나이는 생장추 측정을 통해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위 나무부터 1200년, 1400년, 1100년의 수령이 확인됐다. 하늘을 향해 당당하게 가지를 뻗은 모습이 우람하다.

두위봉에서 멀리 보이는 함백산(1572.9m) 아래에 만항재가 있다. 해발 1330m. 정선·태백·영월을 가르는 경계에 있는 고개로, 국내에서 차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포장도로가 통과한다. 지리산 정령치(1172m)나 평창과 홍천의 경계선인 운두령(1089m)보다도 높다. 정선 고한읍에서 구불구불 오르던 414번 지방도가 영월 상동읍으로 이어진다.


만항재에 오르면 ‘산상의 화원’ ‘하늘 숲 공원’이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 야생화가 끊임없이 피고 진다. 요즘 벌깨덩굴이 한창이고 눈개승마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산괴불주머니도 하늘거린다. 여름으로 접어들면 동자꽃, 하늘나리, 범꼬리 등이 숲을 환하게 밝힌다. 힘들여 등산하지 않아도 눈만 돌리면 야생화 천국이다.

만항재 정상에서 함백산과 운탄고도가 지척이다. 함백산은 둥글둥글한 산세만큼이나 품이 넉넉하다. 우리나라에서 여섯 번째로 높지만, 만항재와 고도차가 240여m에 불과해 정상까지 그리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 겨울철 눈꽃 산행지로 유명하고, 일출과 일출 명소로 입소문이 났다. 산행 기점은 태백선수촌 부근 도로 옆 주차장이다. 이곳에 차를 대고 임도를 따라 1㎞ 남짓 오르면 된다.

함백산이 만항재 드라이브와 연계할 수 있는 산행 코스라면, 운탄고도는 연계해 걷기 좋은 길이다. 운탄고도는 ‘석탄을 나르던 옛길’ ‘구름이 양탄자처럼 펼쳐진 고원 길’이라는 뜻이다. 전체 구간은 함백역에서 만항재까지 40㎞다.

하늘마중길, 바람꽃길, 낙엽송길 등 난도가 다른 10여 개 코스가 있다. 인기 코스는 하이원리조트 마운틴콘도에서 출발해 하늘마중길과 도롱이연못, 낙엽송길을 지나 전망대와 하이원CC에 이르는 9.4㎞(약 3시간 소요)다.

여행메모

두위봉 자못골∼도사곡 코스
하이원 ‘하늘길 카트투어’ 인기


강원도 정선의 두위봉을 오르는 들머리로 자못골, 도사곡휴양림, 단곡계곡, 자미원역 등이 있다. 승용차로 가서 들머리와 날머리를 가깝게 연결하려면 자못골~도사곡휴양림 코스가 좋다. 주목군락지만 본다면 도사곡휴양림이 가장 가깝다. 휴양림에서 3.1㎞ 남짓 거리다.

자못골은 민둥산역에서 가깝다. 서울 청량리역에서 무궁화호 열차로 갈 수도 있다. 자못골에서 두위봉 정상까지는 2시간 남짓 걸린다.

두위봉이나 만항재에서 하이원리조트가 가깝다. 스키장 슬로프에 핀 야생화 군락지를 전동카트를 타고 감상할 수 있는 ‘하늘길 카트투어’를 이용해 볼만하다.

정선=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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