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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세대·1인가구 덕에… 편의점·이커머스 ‘불황 속 호황’

시장 규모 22조·113조로 급증… 과당 경쟁 수익성 악화는 ‘숙제’

국민일보 DB

서울시 서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35)씨는 매주 월요일 출근길 스마트폰으로 1주일치 장을 본다. 고기와 과일·채소, 가정간편식(HMR) 등 살 것도 많은데 배송까지 무료라서 이 방법을 즐겨 사용한다. 퇴근길에는 이틀에 한 번꼴로 집 근처 편의점에 들러 수입맥주와 과자 등 안주거리를 구매한다. 얼마 전 집 앞 세탁소가 문을 닫으면서 요즘은 세탁물도 맡긴다. 이씨는 7일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출퇴근길에 모두 살 수 있고 서비스도 다양한데 굳이 사람 많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를 갈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씨처럼 편의점·이커머스(전자상거래)를 이용해 식재료에서부터 가공식품, 생활용품 등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19년 4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8%, 7.7% 하락한 반면 편의점은 3.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온라인판매중개업체(G마켓·옥션·쿠팡·인터파크·11번가 등)와 온라인판매업체(티몬과 위메프 등)는 나란히 16.1%, 9.4% 성장했다. 내수 침체로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은 울상인데 편의점과 이커머스 업체들만 불황에서 한발 비켜나 있는 형국이다. 그야말로 편의점과 이커머스 전성시대다.

편의점은 1989년 5월, 이커머스는 1996년 6월 각각 국내에 처음 도입됐다. 당시 언론을 통해 ‘구미식 구멍가게’ ‘심야 만물 슈퍼’ 등으로 소개된 편의점은 현재 그 수가 4만3000여개, 시장 규모는 22조3000억원(2017년 기준)에 달한다. 국내 최초 이커머스 업체 인터파크는 설립 당시 하루 매출이 30만원 미만인 날도 있었는데, 지난해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약 113조원으로 늘어나며 유통업계 열풍에서 확실한 강자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가 증가하고 편의점·디지털 문화가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가 소비 주축으로 떠오르면서 이들 업계가 전성기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며 소비 중심축이 밀레니얼 세대로 넘어가고 있는데 이들은 편의점·디지털 문화가 친숙하고 편의성을 중시하는 세대”라며 “이들이 24시간 365일 편하게 쇼핑 가능한 편의점과 온라인을 통해 쇼핑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활에 필요한 물건 대부분을 익숙한 편의점과 인터넷·스마트폰을 통해 필요한 만큼만 살 수 있는데, 굳이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BGF리테일이 운영하고 있는 편의점 CU가 지난 3월 대학가 점포들의 주방용품과 디저트 매출을 분석한 결과 5년 전과 비교해 각각 6.0배, 5.7배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CU는 “어릴 적부터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고, 교통카드를 충전한 2000년생들이 대학에 입학하면서 생긴 변화”라고 말했다.

두 업계가 소용량 제품 수요가 높은 ‘일코노미’(1인 가구와 이코노미의 합성어)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편의점과 이커머스 업계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소용량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선보이는 데다 이를 무료로 배송해 주는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커머스 티몬은 ‘무한타임’을 통해 매일 오전 8시 물건을 구입한 고객에게 상품 가격·개수와 상관없이 무료로 배송해 준다. 3000원 미만 메추리알 장조림을 한 개만 주문해도 배송비 없이 받아볼 수 있다.

이 같은 선전에 힘입어 과거 콧대 높던 화장품·식품·유통업계 1, 2위도 이들에게 최근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최근 CU와 손잡고 10대와 20대를 겨냥한 색조화장품 ‘마이웨이 블링피치’를 선보였다. LG생활건강이 편의점 전용 브랜드를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면업계 1위 농심도 2017년 말 CU와 함께 ‘얼큰한 토마토 라면’ ‘매콤 너구보나라’ ‘특육개장’ 등 편의점 전용 제품을 출시했다. 최근 5년간 CU 화장품 평균 매출 신장률은 12.6%이며 용기면(컵라면) 수요 역시 높다. 경기 둔화로 인한 소비 침체와 중국 사드 보복으로 고전하고 있는 화장품·식품업계로선 편의점 업계와의 협업에 솔깃할 수밖에 없다.

오프라인 유통 강자들도 잇따라 이커머스 업체에 손을 내밀고 있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G마켓과 옥션의 ‘당일배송관’에서는 홈플러스와 GS프레시, 롯데슈퍼에서 판매되는 상품을 확인·구매할 수 있다. 앞서 2011년 7월에는 롯데백화점이, 2015년 11월에는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이 G마켓에 공식 입점했다.

하지만 과당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문제는 두 업계 모두 풀어야 할 숙제다. 30년 동안 편의점이 동네는 물론 백령도와 마라도 등에도 속속 들어선 결과 2016년 3.1%, 2017년 2.9%였던 편의점 3사(CU·GS25·세븐일레븐) 평균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2.6%까지 하락했다. 이커머스 업계 역시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며 업체별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두 업계는 서비스 다양화와 마케팅 효율화 등을 통해 이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며 편의점과 이커머스 강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는 2000년 222만 가구에서 2017년 561만 가구로 급증했다. 통계청은 2045년에는 1인 가구가 809만 가구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서 교수는 “앞으로 국내 유통시장에서의 성패는 1인 가구 공략에 달려 있다”며 “현재 편의점·이커머스 업계가 효과적으로 이들을 공략하고 있는 만큼 한동안 헤게모니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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