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웨일스 남부 철강도시인 포트 탤벗(Port Talbot)의 개인차고 벽에 그려진 벽화 ‘스노(SNOW)’가 최근 크레인에 의해 벽과 함께 통째로 한 갤러리로 옮겨졌다. 이 그라피티(Graffiti)가 유명한 것은 대기오염에 대한 충격과 경각심을 일깨우기 때문이다. 한 아이가 즐겁게 혀를 내밀어 받아먹는 눈송이가 실은 불이 활활 타고 있는 통에서 내뿜어지는 재라는 사실을 풍자했다. 대기오염의 원인과 결과를 인류의 미래를 짊어질 아이를 통해 압축적,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영국 출신의 ‘얼굴 없는 예술가’ 뱅크시(Banksy)가 현지 주민의 작품 요청을 받고 지난해 12월 그렸다. 포트 탤벗은 영국 최대 제철소가 있는 곳이다. 지난해 철강 생산과 관련한 검은 먼지가 집과 자동차를 뒤덮는 등 배출 먼지로 인한 주민들의 고통을 뱅크시가 벽화로 고발한 것이다. 그런데 벽화가 현장을 떠나 갤러리로 가면서 고발성보다는 예술성이 부각된 듯해 아쉽다.

미세먼지 농도 확인이 일상화될 만큼 한국의 대기오염 수준은 악화 상태다. 미세먼지로 고통 받는 어린이들이 있는 한 스노 벽화의 메시지에 우리는 공감할 수밖에 없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달 개최한 ‘2019년 제1차 인구포럼’에서 ‘미세먼지와 노인, 아동의 삶’이란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만 12세 이하 아동의 보호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였다. 아동 44.5%가 미세먼지로 인해 건강상 이상 증상을 경험했고, 이들 중 87%가 병원 진료를 받았다. 보호자 30.9%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 자녀에게 등원·등교·소풍·수학여행 등 공식적 야외활동을 못하게 했다. 미세먼지에 제때 적극 대처하지 못하고 시간을 끌어온 어른들로 인해 아이들마저 삶의 질이 저하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세계 환경의 날(5일)에도 한국의 미세먼지 상태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나마 한 가닥 기대감은 남아 있다.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지난 1일 국민정책참여단을 출범시켰다. 500명으로 구성된 참여단의 활동을 토대로 기후환경회의가 오는 9월 정부에 어떤 내용의 제안을 할지 자못 궁금하다. 환경 문제의 핵심은 국민적 관심과 노력이다. 참여단의 일로 맡겨두면 저절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 기후환경회의 홈페이지 등을 통해 국민들이 직접 의견을 밝히고 참여해야 한다. 무심코 미세먼지를 마시며 뛰노는 아이들이 걱정된다면 말이다.

김용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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