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 있는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권역별 50%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함께 석패율제를 도입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석패율제는 지역구에서 낙선한 후보 가운데 일부를 비례대표로 당선시킬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지역구를 현행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는 47석에서 75석으로 늘리는 대신 지역구 낙선자 중에서 석패율(당선자 대비 득표율)이 높은 일부를 구제해 주자는 취지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정당별 열세 지역에 출마한 후보들이 국회에 입성할 수 있어 지역주의를 완화하는 데 어느 정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단점도 만만치 않다. 지역 기반이 강한 유력 정치인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제도다. 지역구 후보에게 당선 기회를 두 번 부여하는 것이기에 특혜 시비를 피할 수 없다. 국회의 전문성과 직능 대표성을 높이고 여성·청년·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정치 신인들을 수혈해 온 비례대표의 취지에도 반한다.

석패율제는 일본을 제외하고는 채택한 나라가 거의 없다. 우리나라는 2011년과 2015년에 도입을 논의한 적이 있지만 불발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개정안에 반영돼 성사 가능성이 높다. 지역구가 줄어드는 데 따른 의원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고 선거법 개정을 성사시키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도입했을 것이다.

석패율제는 일본에서 보듯 현역 의원들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는 쪽으로 작용한다. 정치 세대 교체를 늦춘다는 점에서 제한적으로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정치권에서 이에 역행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이 최근 석패율 조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을 의원 11명의 서명을 받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석패율만 담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여야 4당이 합의해 패스트트랙에 올린 개정안의 기본 골격을 흔드는 안이다. 민심이 선거 결과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정당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수를 결정하자는 선거법 개정 취지를 무력화시키겠다는 위험한 발상이다. 정당의 지역 편중성을 완화하자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실상은 기득권을 내려 놓기 싫다는 것이다. 정치 개혁의 핵심 과제인 선거법 개정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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