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한선태가 4일 LG의 2군 구장인 경기도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연습 투구를 하고 있다. 프로야구 사상 첫 ‘비선수 출신’ 지명자인 그는 5일 현재 프로야구 퓨처스리그(2군) 15경기에 등판해 19이닝 동안 단 1점만 내주며 평균자책점 0.47을 기록 중이다. 이천=권현구 기자

지난해 LG 트윈스의 지명을 받은 우완 한선태(25)는 프로야구 사상 첫 ‘비선수 출신’ 지명자다. 초중고 모두 정식 야구부에서 운동하지 않은 일반인이라는 의미다. 정식 선수가 아닌 육성 선수 계약이었지만 한선태는 그가 단지 운으로 뽑히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한선태는 5일 현재 프로야구 퓨처스리그(2군) 15경기에 등판해 19이닝 동안 단 1점만 내주며 평균자책점 0.47을 기록 중이다. 그런 한선태를 지난 4일 LG의 2군 구장인 경기도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났다.

어릴 적 야구에 무관심했던 한선태는 중 3이던 2009년 교실에서 선생이 틀어준 한국과 일본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을 보고 야구에 흥미를 갖게 됐다. 이후 친구와 함께 캐치볼을 시작하며 야구의 묘미를 접했다. 고교 야구부에 입부 원서를 냈지만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그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꿈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고교 졸업 후 야구가 너무 좋아 대학진학을 미루며 고양 원더스의 문을 두드렸지만 탈락하고 친구와 대전의 야구아카데미에서 연습을 했다. 그러다 세종대에 야구부가 생긴다는 소식에 진학을 결심하고 합격했다. 부푼 가슴에 들어간 야구부. 하지만 기초 강습이 많고 투수를 꿈꾸던 그에게 내·외야수 훈련이 이어지자 희망은 어느덧 실망으로 바뀌었다. 결국 사회인야구를 병행하다 한 학기 만에 입대를 선택했다.

전역 후 야구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한선태는 자비로 독립구단 파주 챌린저스에 입단했다.

챌린저스는 한선태의 삶을 송두리째 바꿨다. 챌린저스는 기본기가 부족했던 그에게 체계적인 수비 방법을 알려줬다. 또 투구폼도 바꿨다. 한선태는 “원래 언더핸드 투수였는데 사이드스로 송구가 투구보다 위력적인 것을 본 박종대 당시 파주 코치님이 ‘팔을 올려서 던져보라’고 권유해 사이드암으로 변신했다”고 말했다. 이후 이 폼이 익으면서 날이 갈수록 공이 빨라지기 시작해 최근 146㎞까지 나왔다.

4일 한선태가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 이천=권현구 기자

한선태는 챌린저스를 나와 일본 독립구단에서 뛰다 지난해 드래프트 신청서를 냈다. 구단의 육성선수로라도 입단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정말 지명되리라 생각은 못했지만 놀랍게도 거의 마지막 순번인 2차 10라운드 95번째에 그의 이름이 불렸다.

한선태에게 프로의 수준은 어떤 것일까. “사회인야구에서는 평범한 플라이, 땅볼 하나를 잡는 것도 쉽지 않아요. 그런데 여기서는 다들 잡아주니 너무 고마울 따름이죠. 그래서 성적이 좋아도 수비 덕을 많이 보기에 스스로 우쭐댈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남의 덕만 본다는 그도 기량이 일취월장하고 있다. 2군 무대이긴 하지만 한선태의 직구는 요즘 제구력을 갖추면서 더욱 빛나고 있다. 한선태는 지난달 21일 두산전부터 2일 롯데 자이언츠전까지 3경기 각각 1이닝을 던지며 삼진 2개씩을 잡고 볼넷을 내주지 않았다. 평소 자신 있던 우타자의 바깥쪽 코스뿐만 아니라 우타자의 몸쪽 코스도 연마 중이다. 그러면서도 한선태는 “커브 등 변화구는 아직 결정구로 쓰기엔 크게 모자라 개선이 필요하다”며 “투심패스트볼과 싱커도 연습 중”이라고 전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승부 중 하나는 지난달 21일 펼쳐진 LG 동료 양석환(상무)과의 맞대결이다. 그는 “(양)석환 선배가 사이드암 투수의 공을 잘 친다고 해서 한번 맞붙어 보고 싶었다”며 “마침 마지막 타자였는데 결정구로 삼은 우타자 몸쪽 코스로 삼진을 잡아 정말 좋았다”고 회상했다. 지난해 1군 무대에서 22홈런을 친 주전급 타자 양석환을 삼진으로 잡은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사진=권현구 기자

정식 선수생활은 하지 못했지만 육군 수색대대 출신에 독립구단에서도 뛴 그에게 프로 구단 생활은 어렵지 않다. 오히려 매일 웃음을 달고 산다. 한선태는 “밥도 잘 나오고 밤낮으로 모든 시설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으니 너무 좋다”며 “야구를 마음껏 할 수 있으니 즐겁다”며 웃었다.

그렇다고 실수를 가볍게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프로생활 중 유일한 패배이자 실점인 지난달 17일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주자를 3루에 둔 상황에서 희생플라이를 내준 게 못내 아쉬웠다. 가득염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와 “볼넷 줘도 좋으니 어렵게 가자”고 했는데 단 2구만에 끝내기 외야플라이를 맞았다. 한선태는 “모든 공마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다시 다짐했다. 볼배합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사상 최초’라는 수식어의 무게는 크다. 한선태는 “잘 해야 한다. 내가 못하면 주변에서 ‘한선태도 안됐으니 다른 비선수 출신들도 안되겠다’고 하지 않겠나”라며 “올 시즌 퓨처스리그 올스타 선발과 함께 올해 말 정식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WBC에서 임창용 선수를 보고 반했다. 언젠가는 (임창용의) 12번을 달아 보고 싶다”고 전했다.

이천=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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