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의 희뿌연 하늘 아래 열두 살 소년 자인이 휘적휘적 걸어간다. 아이답지 않은 어두운 눈동자와 건조한 표정은 소년의 삶이 만만치 않음을 짐작하게 한다. ‘가버나움(Capernaum)’은 출생신고 되지 않은 아이의 삶을 현실적으로 담아낸 영화다. 자인은 출생신고라는 마땅한 도리를 저버리고 줄줄이 아이만 낳는 부모를 고소하며 외친다.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게 해주세요!” 주인공 자인 역의 배우는 실제 시장에서 배달을 하던 시리아 난민 소년이다.

출생 미등록 아동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건 한 영화제에서다. 극장 로비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신고’라는 전단을 나눠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관심을 보이자 활동가 한 분이 국내 상황을 적극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부모가 의도적으로 신고하지 않거나 혼외자로 태어난 경우 등등 그들의 사연은 아이의 수만큼 다양했다. 난민이나 미등록 외국인의 아이뿐 아니라 한국 아이들도 상당수 존재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라웠다.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아이들은 나이와 신분을 확인할 수 없어 사회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그로 인해 범죄에 이용되거나 아동학대의 대상이 되기 쉬웠다. 성인이 되어도 자신을 증명할 수 없어 취업에 제약을 받는 등 평범한 삶을 살기에 현실적 장애물이 많았다. 최근에 정부는 포용국가 아동정책의 하나로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 사실을 국가에 알리게 하는 ‘출생 통보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하루빨리 시행돼 사회적 유령으로 살아가는 아이들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제71회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가버나움’은 실제 갈릴리 호수 북서쪽에 있던 지역 이름에서 따왔다. 로마 군대가 주둔할 정도로 규모가 큰 성읍으로 상업과 교역이 활발했던 곳이다. 또한 예수께서 가난하고 병든 자를 위해 많은 기적을 보여주신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람들이 기적을 보고도 외면하고 회계하지 않자 예수께서 마을의 멸망을 예언하셨다고 한다. 내 일이 아니면 쉽게 지나쳐 버리거나 관심을 보여도 단순한 동정심에 머무르는 우리 모습은 어떠한가. 가버나움은 퇴락을 거듭해 실제로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 되었다.

최주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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