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10주기를 맞아 문재인 대통령의 홀로서기를 생각한다. 노 전 대통령의 계승자로 평가받는 문 대통령이 어떤 형태로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길지 결과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홀로서기는 현실정치의 벽을 절감했던 노무현정부의 이상을 제도화, 현실화하는 데 달려 있다. 문재인정부는 정치 지역주의의 붕괴, 은밀한 정치적 거래의 근절, 사회 각 분야 적폐의 완전한 청산, 민주 정부의 오랜 숙원인 남북 관계의 제도화, 경제적 양극화 해소 등을 소명으로 삼고 있다.

보수 야당의 노골적인 반대, 경제 정책 대전환의 여러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달려올 수 있었던 것은 이제는 국가도 어느 정도 준비가 됐다는 판단에 기인했다. 노무현정부 당시와 비교할 때 국가 경제규모와 펀더멘털은 훨씬 강해졌다, 적폐청산과 양극화 해소에 대한 국민적 열망은 높아지고 있다, 북한도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인식 아래 문 대통령은 이제는 과감한 변화를 시도할 만한 여건이 만들어졌다고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혁신적 포용국가 정책을 논의하던 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참여정부(노무현정부) 때도 이런 가치를 추구했지만 현실화할 시간도 없었고, 준비도 덜 돼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국가가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한 친문 인사는 “노 전 대통령 당시에는 이상이 현실과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이상을 현실에 접목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그때와 상황이 좀 다르다”고 평가했다. 이어 “촛불이 만들어준 힘은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만들어준 힘에 비해 훨씬 전국적이고 광범위한 것이었다”며 “노 전 대통령의 숙원이었던 지역주의 극복에서부터 시작해 여러 국정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문 대통령에게 몰아줬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집권 직후부터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선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2003년 대북 송금 특검을 시작으로 남북 관계에 속도를 내지 못했던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말인 2007년이 돼서야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별다른 후속조치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정권은 이명박정부로 넘어가버렸다. 문 대통령은 집권 첫해부터 ‘신베를린 선언’을 시작으로 남북 대화를 촉구해 결국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노 전 대통령이 맞닥뜨렸던 현실적 한계를 감안한 속도전이었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취임 한달여 만에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걸 시작으로 평창올림픽,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면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에서 철저하게 실리 차원으로 접근했다”고 평가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계승자보다는 정치적 동업자에 가깝다. 노 전 대통령 숙원 사업의 완결이 아니라 같이 꾸던 꿈을 항구적으로 제도화하고, 현실화하는 게 결국 문 대통령의 홀로서기 과정이다. 다른 친문 인사는 “노무현이 죽었을 때 문재인도 죽었고, 문재인이 당선되면서 노무현도 부활한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과 같은 정신을 가진 동업자”라고 말했다.

이러한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도화는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제도화는 법제화다. 4·27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동의는 불발됐다. 대통령 개헌안은 폐기처분됐고, 국회 패스트트랙에 오른 권력기관 개편 등 사회개혁 법안들도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을 담은 정부 예산안 정도만 겨우 국회 문턱을 넘는 형국이다.

최순실의 유산이 남은 자유한국당에 대한 청와대의 반감, 문 대통령을 보며 보수진영이 느끼는 노무현 트라우마를 볼 때 둘 사이 유의미한 정치적 거래가 일어나긴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내년 총선에서 국민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문 대통령의 홀로서기도 성패가 갈릴 것 같다.

강준구 정치부 차장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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