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취학 아동인 영유아가 새로운 ‘미디어 중독 위험군’으로 떠올랐다. 미디어 소비자는 영유아지만 실질적 구매자가 부모인 만큼 부모를 대상으로 미디어 이용 관련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영유아의 디지털 미디어 이용 현황과 해외사례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아동은 평균적으로 만 0.75세에 TV를 보기 시작하고 2.27세에 스마트폰을 처음 접한다. 이용 시간은 스마트폰이 가장 길다.

이에 대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은 6일 “영유아에 대한 교육 열풍으로 학습용 콘텐츠 수요가 급증하고,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는 데 따른 조부모의 육아 증가로 아이를 돌보는 중요한 수단으로서 동영상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진 것과 유튜브 등 1인 미디어 시대가 열린 것도 한 몫 했다. 영유아 콘텐츠인 핑크퐁 ‘상어가족’이 지난 1월 9일 미국 빌보드 핫100 차트 32위에 오른 게 이런 현상을 수치로 증명한 경우다. 북미권 구전동요를 편곡한 상어가족은 2015년 12월 유튜브에서 무료로 공개된 지 2년여 만에 조회수 21억뷰를 돌파했다.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등 세계 각국 언어로 번역됐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기업 입장에서도 미래의 고객을 선점하는 차원에서 영유아 콘텐츠에 공을 들이고 있다. ‘꼬마들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뽀로로’는 영유아 맞춤형으로 제작해 성공한 사례다. 유아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평균 7분 정도라는 점을 착안해 한 회당 시간을 5분으로 설정했다. 당시 대부분 애니메이션의 회당 시간이 10분인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결정이다. 그러나 스마트폰 대중화와 기업의 물량공세는 결과적으로 영유아 스마트폰 과의존을 야기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만 가구 만 3~9세 3110명 중 20.7%가 스마트폰 과의존위험군(고위험+잠재적위험)으로 진단됐다. 진흥원은 “영유아 과의존위험군이 2015년 최초 조사 이후 4년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영유아의 미디어 중독이 심화하고 있지만 별다른 제재 수단은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국가정보화기본법이 개정되면서 유치원 대상으로 연간 1회 이상 실시하던 인터넷 중독 예방 교육을 어린이집까지 넓힌 게 전부다. 보육교직원이 만 2세 이하의 스마트폰 이용을 제한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는데 법무부는 “디지털기기 이용 제한이 영유아를 기술발달에서 소외시킬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내놨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기기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기기를 대하는 부모의 태도가 문제”라며 “교육 또는 놀이의 목적으로 아이와 함께 스마트폰을 활용해야지 스마트폰을 부모의 휴식시간 확보용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입법조사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하는 인터넷 중독 예방 교육의 대상을 부모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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