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은 올해 1월부터 내부 직원의 직무를 세 가지로 나눴다. 개인·기업 금융, 자산관리 분야는 ‘영업 직무’로, 마케팅과 경영·기획, 준법 부문은 ‘지원 직무’로 분류했다. 여기에 투자은행(IB), 자금관리·운용,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에는 ‘전문 직무’라는 이름을 붙였다. 직원들은 이러한 ‘직무개발제도(CDP)’ 체계에서 자신의 전문성, 선호 등에 맞는 커리어를 설정하고 그와 관련된 직무교육을 받게 된다.

우리은행의 이러한 시도는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의 ‘최고 금융인재 양성’이란 특명에서 비롯됐다.

손 회장은 지난 1월 우리금융 지주사 전환을 전후해 “해외 IB 등과 경쟁하려면 내부 직원들의 전문성이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한다.

2~3년마다 직무를 바꿔가며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도 좋지만 ‘실력’에 따라 결과가 좌우되는 IB, 디지털 등 분야에는 ‘전문 인재’를 키우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이 같은 ‘인사(人事) 혁신’ 바람은 금융권 전반에 불고 있다. 그간의 인재 육성 방식이 일선 영업 지점과 지원 부서를 두루 경험하는 ‘제너럴리스트’ 위주였다면, 이제는 IB와 디지털, 빅데이터 등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금융지주사 간 인수·합병(M&A) 경쟁이 치열하고, 핀테크 등 디지털 금융이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기존 인사 형태를 고수하다가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다.

신한은행은 ‘신한 A.C.E’ 과정을 통해 기업금융담당(RM)·프라이빗뱅킹(PB) 전문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양성 과정은 세 단계로 세분화했다. 처음에는 해당 분야에 필요한 필수 직무 지식을 교육하고, 이어 ‘현장’에 직접 나가 심화 학습을 거친다. 마지막으로 분야별 마케팅·컨설팅 역량을 집중적으로 교육받아 ‘전문가’로 거듭난다.

최근에는 사내 교육 플랫폼 ‘신한 SOK’로 직원들에게 소프트웨어 공학, 코딩 등 각종 디지털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017년부터 ‘KB 에이스 아카데미(ACE Academy)’를 통해 희망 직원들에게 디지털 교육을 실시해오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내부 직원의 정보기술(IT) 역량을 강화해 내년까지 그룹 차원에서 1200명의 디지털 전문 인력을 육성할 계획이다.

이러한 추세는 인터넷전문은행, 핀테크 등으로 비대면 금융 거래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은행 인사 전반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지점’이란 토대가 흔들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내부 직원들의 ‘전문성’ 개발 욕구도 커지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6일 “디지털이든, 자산관리든 자신만의 전문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압박이 직원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 금융회사들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사 제도와 문화를 뜯어고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2017년 25만명에 달하는 임직원 가운데 약 5만명(20%)을 IT 인력으로 채웠다. 또 협업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연(年) 단위 성과 평가 대신 ‘상시 피드백’ 방식으로 바꿨다.

싱가포르 OCBC은행도 디지털 등 7개의 전문 영역을 설정하고 전 직원에게 전문 분야에 따른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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