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노인은 헐렁한 트렁크 속옷만 입고 다리를 벌리고 누워있었다고 했다. 그 상태에서 “다리를 주물러 달라”거나 특정 신체부위를 “만져달라”고 요구했다. 이를 거절하면 휴대전화로 음란 영상을 보여주거나, 특정 부위를 노출하는 등의 행동을 지속했다. 50대 중반 여성 A씨는 서울 구로구에서 가정을 직접 방문하는 재가요양보호사로 활동하며 이처럼 성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50대 중반의 재가요양보호사인 B씨도 비슷한 성희롱·성추행 피해를 당했다. B씨는 돌보던 서울 광진구의 85세 남성에게서 “뽀뽀하자” “모텔로 가자” “옷 벗자”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보호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알아서 해결하라”는 말만 들었다.

최근 울산에서 여성 가스 검침원이 성폭력을 당한 뒤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가운데 가정방문 여성 노동자들이 성폭력에 상시 노출돼 고통을 받고 있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재가요양보호사도 그중 하나다. 이들은 요양보호가 필요한 노인의 가정을 직접 방문해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홀로 사적이고 폐쇄적인 공간에 들어가야 하다 보니 성희롱·성추행 피해가 빈번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요양보호사 총 34만624명 중 재가요양보호사는 28만4144명(83.4%)이다. 남녀 비율은 약 3대 7이다. 한 재가요양보호사는 “갇혀 있는 공간에 남자 한 명과 요양보호사 한 명이 있으니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요양 대상이 여성인 경우에는 남편 등 보호자의 성폭력도 일어난다. 광진구의 한 재가요양보호사는 “한 이용자 집에서는 보호자인 남편이 뒤에 너무 바짝 붙는다는 불만이 자주 나와 세 번이나 사람이 교체됐다”고 말했다. 요리를 배운다며 말없이 와서 몸을 붙이거나 집 안을 오가며 일부러 몸을 밀착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하지만 이들을 고용하는 재가 장기요양기관들은 보호사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책임을 전가하기도 한다. 서울 은평구에서 활동한 50대 초반 재가요양보호사 D씨는 잦은 신체접촉과 “나랑 같이 살자” 등 성희롱 발언을 듣고 기관에 신고를 했지만 “처신을 어떻게 했기에 그러냐?”는 질책을 들었다고 했다. D씨는 결국 일을 그만뒀다.

이 때문에 정부 등 공공의 영역에서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이건복 공공운수노조 재가요양지부장은 6일 “영세한 민간업체들끼리 경쟁이 치열해 이용자를 안 뺏기려고 노동자를 지켜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정아 공공운수노조 재가요양전략사업단 조직국장은 “장기요양서비스를 총괄하는 복지부나 건강보험공단이 나서야 한다”며 “복지부가 요양보호사들의 실태조사를 정기적으로 하지만 수년째 나아지고 있는 게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요양서비스를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 조직국장은 “요양이 공공의 영역으로 넘어오면 수익 사업 때문에 노동자를 보호하지 않고 착취하는 식의 질 나쁜 서비스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서비스원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회서비스원은 민간 중심의 사회서비스에 따른 종사자의 낮은 처우와 질 낮은 서비스 등 부작용에 따라 공공부문이 직접 사회서비스를 제공토록 해 공공성을 강화하고 서비스 품질을 향상하기 위해 나왔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서울·대구·경기·경남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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