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십여 년간 서울의 반지하 집을 전전했다. 이런저런 동네에서 살았지만 그중에서도 연희동 반지하 집은 내게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그 집은 우리 부부가 처음으로 가진 방 두 개짜리 집이었으므로 나는 좀 더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었다. 우리는 그 집에서 1년 정도 더 살고 싶었지만 집주인은 자기 소유인 이 건물과 땅을 팔기로 했다면서 계약기간이 조금 남았지만 나가 달라고 부탁했다. 이 건물은 헐어버릴 것이므로 버릴 가구가 있다면 그대로 두고 나가면 된다고 했다. 나는 내심 안도했다. 개가 장판을 훼손했고 벽지도 누렇게 변색되었기 때문에 보증금을 전부 돌려받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기 때문이다. 최근에 나는 우연히 그 근처를 지나다가 그 집이 있던 자리에 고급스러운 오피스텔이 들어선 것을 보았다. 우리가 살던 허름한 다세대주택은 흔적도 없었다. 그런데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그 건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 집에 사는 동안 나는 그 건물의 외관을 카메라에 담은 적이 없었다.

나는 그날 집에 돌아와 그 집 주소를 네이버에서 검색했다. 혹시 네이버 거리뷰에 그 건물이 찍혀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다행히 거리뷰에는 우리가 살았던 2010년 즈음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적갈색 벽돌로 지은 3층짜리 다세대주택 반지하층은 주인아줌마가 내 방 창문 위쪽에 늘어놓은 화분들에 가려져 잘 보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내 방 창문 바로 앞에 놓인 화초 화분은 그즈음 내가 친구에게 선물 받은 것이었다. 집 안에는 해가 잘 들지 않아 화분을 창문 밖으로 내놓았는데 잎사귀 윗부분이 사진에 찍힌 것이다. 창문은 반쯤 열려 있었는데 창문 윗부분에 무언가 붉은 것이 보였다. 나는 그것이 당시 남편이 자주 입고 다니던 빨간색 티셔츠라는 것을 기억해냈다. 눅눅한 반지하 방에서는 빨래가 잘 마르지 않아 상대적으로 빨래가 잘 마르는 곳인 창문 위에 걸어놓은 것이다. 화초 화분 옆에 놓인 항아리 위에는 길고양이를 위해 밥을 놓아두던 갈색 플라스틱 그릇이 놓여 있었다. 그 사진을 확대해서 보고 있자니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내가 굳이 기억하지 않으려 했던 연희동 반지하 집이 거리뷰에 찍혀 있다는 것이 나는 못내 반가웠다.

김의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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