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은 피고인, 구류자, 의뢰입감자를 포함한 피의자를 유치하고 호송할 때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피의자 유치 및 호송 규칙’을 운용하고 있다. 피의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피의자의 도주·자살·통모·죄증인멸·도주원조 등을 방지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영치금품 처리와 차량호송에 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규칙 제53조(영치금품의 처리)는 ‘물품은 호송관에게 탁송한다. 다만, 위험한 물품 또는 호송관이 휴대하기에 부적당한 물품은 발송관서에서 인수관서에 직접 송부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제57조(차량호송)는 ‘호송관은 차량의 구조에 따라 관찰에 적당한 장소에 위치해 항시 피호송자를 관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의자들을 호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범법행위를 막기 위해 마련한 조항들이다.

경찰이 이 규칙대로 조치했으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 호송차 안에서 발생했다. 경찰을 폭행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민주노총 조직국장 한모씨가 이감되는 도중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것이다. 한씨는 “더 넓고 깊은 그릇이 되어 단단하고 날카롭게 벼려진 칼날이 되어 돌아오겠습니다. 몇 달이 될지 아니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지만 동지들 평안을 빕니다. 수감 가는 중에 몰래 올립니다”라고 적었다. 한씨는 호송관에게서 휴대전화를 받은 뒤 호송차 안에서 자신의 각오를 담은 ‘투쟁글’을 올렸다고 한다. 호송관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실정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사람이 어떻게 이런 일을 자행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원경환 서울경찰청장은 1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수감된 피의자가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경찰관들이 호송 규칙을 위반했는지 경위를 파악해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 청장은 “당사자가 규정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피의자 유치 및 호송 규칙’을 몰랐다면 무능한 경찰이고, 알고도 무시했다면 중대한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최근 불법 폭력 행위자들에 대한 법원의 영장 기각을 비판했지만 이번 일을 보면 경찰에게 과연 그런 비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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