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가면 차라리 국회를 해산하는 것이 낫다.” 급기야 국회해산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거칠게 맞서면서 국회 정상화가 점점 멀어져가자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탄식조로 내뱉은 말이다. 국회해산은 모든 의원의 자격을 법정 임기만료 전 동시에 소멸시켜 국회 존립을 일시적으로 상실시키는 것이다. 현실적으론 불가능하다. 현행 헌법에는 국회해산 조항이 없다. 제1공화국 이래 국회해산은 몇 차례 있었다. 국회해산 사례는 우리 헌정사의 굴곡을 반영한다. 1960년 4월 혁명으로 국회는 개헌을 한 뒤 의결로써 스스로 해산했다. 5·16 때는 포고령에 따라 타율적인 국회해산을 했다. 1972년 10월 유신을 단행한 대통령 박정희는 대통령령으로 국회를 해산했다. 초헌법적 조치였다. 이후 4공화국과 1980년의 5공화국 헌법은 요건을 강화한 국회해산을 규정했고, 1987년 6월 항쟁으로 만들어진 지금의 헌법에는 삭제됐다. 총칼에 해산당했던 경험 때문이다.

정치적 민주화가 이뤄진 지금, 국회해산 주장이 나오는 건 참 역설적이다. 국회해산의 전후 상황은 주로 정치적 억압과 관련돼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가끔 나오는 국회해산 주장(물론 비현실적인 정치 구호이지만)은 이미 3개 법안이 발의돼 있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도와 함께 일 안 하는, 자질 미달의, 무능력한 국회의원을 겨냥한 것이다. 다분히 정치공세적 성격이 있긴 하다. 그런데 이런 주장이 여론에 어느 정도 호응을 받는다. 지난달 31일 여론 조사에서 국민소환제에 대한 찬성률은 77.5%였다. 청와대 게시판의 관련 청원글에는 짧은 기간에 20만명 넘게 서명했다. 국회는 패스트트랙으로 마구잡이 충돌의 ‘동물’이더니, 지금은 아예 일도 안 하는 ‘식물’이다. 보수 진보를 떠나 이런 무책임과 무능을 국민이 어떻게 볼지는 뻔하다. 국회의원에 선출된 이후 아니면 말고 식 말과 행동이나 무능력에 대해 최소한의 정치적 책임도 물을 수 없는 건 비합리적이다. 물론 국회해산이나 국민소환제 같은 장치가 정파적 의도나 포퓰리즘에 휘둘려 잘못 활용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장년층 이상이라면 국회해산이라는 단어가 주는 으스스함을 안다. 국민소환제가 일단의 세력에 의해 장난질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걸 감안하더라도 지금의 정치(인)는 이 제도의 필요성을 자꾸자꾸, 강렬하게 상기시킨다.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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