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쟁만 계속되고 있다. 국회 공전 속에 추가경정예산안을 비롯한 민생법안 처리도 늦어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경제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거나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야당은 정치 공세만 강화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하반기 경기 하방위험을 인정하면서도 대외여건 악화와 재정 집행 부진 탓을 했다.

그는 “세계 교역량의 가파른 하락과 미·중 간 통상마찰 등 대외여건의 영향으로 하방 압력은 장기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하반기에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며 상저하고(上低下高) 낙관론을 펴던 것과는 달리 처음으로 경제가 어렵다는 사실을 실토한 것이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경제 참모가 늦게나마 정확한 진단을 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하지만 이뿐이다. 윤 수석은 추경 처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경제가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했을 뿐이다. 반성을 하거나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가 없고 앞으로 어떻게 정책을 고쳐나가겠다는 다짐이나 약속도 없다. 추경만 처리하면 경제가 좋아지는가. 경제 전문가들은 1년 전부터 경기 하방 위험을 경고하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인한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경제정책 궤도 수정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해 왔다.

물론 경기 악화 원인에는 대외적인 요인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대외 여건은 우리가 컨트롤하기 어렵다. 이보다는 국내 정책적 요인을 살펴봐야 한다. 대외 불확실성이 국내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책 변화와 궤도 수정을 통해 민간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추경과 재정 확대 역시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경제 전문가들도 재정 정책의 역할을 강조한다. 하지만 여기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 곳간을 열어 세금으로 돈을 뿌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재정 건전성도 유지해야 한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등 기존의 정책에 대한 합리적이고 진솔한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할 필요가 있다. 이제야 경제 위기를 인정해 놓고 반성이나 정책 수정을 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다.

자유한국당은 국회를 정상화시키고 추경 처리에 협조해야 한다.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이 한 달 보름이 넘도록 표류하고 있다. 정부의 실정을 부각시키고 총선용 추경 운운하며 공세만 강화하는 것으로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