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 한 노인전문요양원에서 같은 병실을 쓰는 환자에게 맞아 눈에 피멍이든 B씨 모습. B씨 보호자 제공

치매 어머니를 두 달여 전에 경북 경산시 한 노인전문요양원 입원시킨 A씨(59)는 지난 2일 어머니 B씨(95)를 만나러 갔다가 크게 놀랐다. 어머니의 양쪽 눈 주위에 피멍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10일 A씨와 요양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밤 10시40분쯤 B씨와 같은 방을 쓰는 치매 할머니가 다른 사람으로 착각해 슬리퍼로 B씨의 얼굴부위를 때렸다고 한다. 하지만 요양원 측은 이 사실을 A씨에게 바로 알리지 않았고 병원에도 데려가지 않았다. 요양원 측은 A씨가 어머니 상태를 본 뒤에야 이 사실을 알렸다. 가해 할머니와의 격리도 사건 다음 날에야 이뤄졌다. B씨가 다른 입원자들과 함께 사용하는 방에 CCTV가 없어 당시 상황도 확인할 수 없었다.

A씨는 “은폐할 목적이 아니라면 왜 이야기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며 “요양원을 믿을 수 없어 어머니를 다른 요양원으로 옮겼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요양원 관계자는 “응급처치를 한 뒤 상태가 좋아진 것 같아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될 것으로 판단했다”며 “일이 있기 직전 보호자에게 어머니가 잘 지내고 있다고 알렸는데 곧바로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바로 알리지 못했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보호자가 원해 지난 3일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받았고 큰 이상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요양원 측의 대처가 미흡했고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산시 관계자는 “입원자에게 사안이 발생했을 때는 보호자에게 먼저 알리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도 “모든 문제 상황에 대해 세세한 규정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시설 측 과실을 규정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A씨 사례와 같은 환자 간 폭행에 따른 책임 문제, 치매 노인 부상에 대한 과실 여부 등을 놓고 보호자와 시설이 다투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시비를 가리기는 어렵다. 사안이 발생하면 노인보호전문기관이나 경찰이 조사하지만 증거 확보가 쉽지 않다. 강제 규정이 아닌데다가 인권 문제 등을 우려해 CCTV를 설치하지 않은 시설도 많고 치매 환자 특성상 진술 확보도 용이하지 않다. 대구지역 노인복지 관계자는 “다른 기관에 의뢰해 시비를 가리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당사자 간에 해결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공치매노인전문요양병원이 더 많이 생겨야한다는 입장이다. 경북서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요양원의 경우 치매 환자 전문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관리에 대해 환자 가족과 요양원 간 온도차가 있을 수 있다”며 “전문 인력이 많고 비용 부담이 적은 공공시설이 많이 생기면 보다 안심하고 시설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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