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내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10일 97세의 일기로 소천했다. 임종 직전 가족들은 성경 시편 23편을 낭송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 여사가 평소 좋아한 구절이다. 기도를 하고 찬송을 부를 때 이 여사는 같이 부르려고 입을 움직였다. 이 여사는 유언을 통해 “하늘나라에 가서 우리 국민을 위해,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또 “우리 국민들이 서로 사랑하고 화합해 행복한 삶을 사시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서로 사랑하고 화합하라는 고인의 당부가 어느 때보다 가슴에 다가온다. 지금은 여당과 야당이, 진보와 보수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서로 갈등하고 대립하고 있다. 이번 장례를 계기로 사랑과 화합을 되새겨 보기를 권고한다. 마침 장례위원회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자유한국당 황교안, 바른미래당 손학규, 민주평화당 정동영,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 5당 대표 모두가 고문으로 참여한 것은 바람직하다.

김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동지로서 여성운동과 민주화운동, 남북화해에 앞장서 온 고인은 고난의 세월을 신앙으로 버텨왔다. 전 부인과 사별하고 두 아들이 있는 김 전 대통령과 결혼한 후 남편이 납치와 옥살이, 사형선고, 가택연금 등을 겪는 동안 모든 것을 감내하며 곁을 지켰다.

1981년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사형판결을 받고 남한산성 육군교도소에 수감 중인 남편을 면회했을 때는 이렇게 기도했다고 평전에 썼다. “어느 누구도 정치적인 이유로 억울하게 생명을 잃는 일이 없게 하시고 고난받는 우리 형제들의 그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시옵소서. 그리고 이 땅에 하나님의 정의가 실현되는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도록 허락해주시옵소서.” 노환이 심했던 이 여사는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던 장남 김홍일 전 의원이 두달전 먼저 하늘나라로 간 것도 몰랐다. 고인은 장로로 평생 출석한 신촌 창천교회에서 열리는 장례예배 후 국립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에 합장된다. 부디 하늘나라에서 김 전 대통령과 함께 우리 국민의 행복과 민족의 화해를 빌어주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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