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앨라배마주 주도 몽고메리의 정부청사 앞에서 지난 5월 14일 반(反)임신중단(낙태) 법안에 반대하는 항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AP뉴시스

보수 성향이 강한 미국 남부 앨라배마주에서 아동 성폭력 가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화학적 거세가 시행된다. 앨라배마주가 낙태에 이어 화학적 거세라는 또 다른 논쟁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케이 이베이 앨라배마 주지사는 10일(현지시간) 13세 이하 어린이들에게 성폭행을 가해 유죄를 받은 사람들에 대해 출소 한 달 전에 화학적 거세를 하는 법안에 서명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HB 379’로 명명된 이 법안은 공화당 소속의 스티브 허스트 앨라배마주 하원의원이 발의했으며 지난 4일 앨라배마주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공화당이 상·하원과 주지사를 장악한 앨라배마주에서 인권 침해와 윤리 논란을 야기할 초강경 법안이 시행되는 것이다. ABC방송은 ‘잔혹하고 이례적인 형벌’을 금지한 수정헌법 8조를 들면서 이 법안으로 위헌 논란까지 야기된다고 전했다. 앨라배마주 의회는 지난달 14일 성폭행(강간)과 근친상간 피해자의 낙태까지 금지하는 초강경 낙태금지법을 통과시키며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 정치권에 낙태 논란을 일으켰다.

앨라배마주에서 시행될 화학적 거세는 먹는 약 또는 주사를 통해 이뤄진다. 법원이 화학적 거세를 위한 처치가 더 이상 필요 없다고 판단할 때까지 수감자들은 약물 주입을 받아야 한다.

화학적 거세를 받으면 성적 흥미를 잃게 되고, 종국에는 성기능을 상실한다. 다양한 화학적 약물을 아동 성폭력 가해자의 몸에 주입해 테스토스테론 등 대표적인 남성 호르몬의 생성을 막기 때문이다. 이베이 주지사는 서명 이후에 “이 법안은 앨라배마주 어린이들을 보호하는 데 있어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말했다. 이번 법안에 따르면 수감자들은 화학적 거세 처치를 거부할 권리를 갖는다. 그러나 화학적 거세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가석방 절차를 어긴 것으로 간주돼 다시 구금된다.

이미 미국의 일부 주에서 화학적 거세가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앨라배마주처럼 아동 성폭행 가해자의 가석방을 전제조건으로 화학적 거세가 시행되는 곳은 없다고 ABC방송은 보도했다. 미시간주에서 가석방을 조건으로 한 화학적 거세를 입법화했으나 1984년 주 항소법원에서 위법 판결을 받았다. 미국 수정헌법 8조는 ‘과도한 벌금을 부과하거나 잔혹하고 이례적인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화학적 거세가 ‘잔혹하고 이례적인 형벌’에 해당돼 위헌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아동 성폭력 가해자들의 재범 가능성이 높은 점을 근거로 화학적 거세 법안의 찬성 주장도 거세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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