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는 한국조폐공사 위탁을 받아 지난달부터 골드바(금괴)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전국 223개 우체국에서 매일 2억원가량 골드바가 팔려나갔다. 지난달의 한 달 매출액은 43억원에 이른다. 조폐공사가 2014년부터 위탁판매를 한 이후 역대 최고액이다. 이 기록은 조만간 바뀔 예정이다. 이달 들어 골드바 판매량은 하루 3억원대로 훌쩍 뛰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이렇게 많이 팔릴 줄 몰랐다. 지금 추세라면 5월보다 더 많이 팔릴 전망”이라며 “증시가 불안하고 부동산 시장도 침체하자 돈이 금으로 몰려드는 것 같다”고 11일 말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이 귀환하고 있다. 금은 혼란, 불확실성, 위기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할 때 더 빛난다. 위험자산(금융자산)과 화폐를 바라보는 시선에 불안감이 끼어들면 금값은 오른다. 최근 금값 상승의 배경에는 글로벌 경기 둔화,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금융시장 혼란이 자리 잡고 있다.

런던금시장연합회(LBMA)가 발표하는 금 현물가격은 지난 7일 온스당 1340.80달러를 찍으며 연고점 수준을 회복했다. 금 선물가격도 상승세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가격(8월 인도물 기준)은 지난 7일 장중 한때 온스당 1352.70달러까지 뛰었다. 11일 국내 KRX금시장에서 금은 g당 5만530원(돈당 18만9488원)에 거래됐다. 연초(4만6240원)보다 10% 가까이 오른 가격이다.

금값은 통상 달러 가치와 반대로 움직인다. 금을 ‘자산 방어’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셈법이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게 ‘방아쇠’가 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4일(현지시간) 시카고 통화정책 콘퍼런스에서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대응할 것”이라며 금리 인하 방침을 시사했다. 여기에 지난달 미국의 고용지표 부진이 불을 지폈다. 미국의 지난달 비농업 분야 취업자 수는 7만5000명으로 시장 예상(18만명)을 크게 밑돌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약한 달러’ 방침을 시사하면서 세계적으로 ‘금 사재기’ 움직임도 감지된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지난해 각국 중앙은행이 사들인 금은 651.5t으로 전년 대비 74% 증가했다. 50년 만의 최대치다. 올해 1분기에도 지난해 1분기보다 68% 늘어난 145.5t을 매입했다.

금융시장에선 금값의 추가 상승에 무게를 싣는다. 미국의 투자은행 JP모건은 올해 4분기에 온스당 1405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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