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블록체인 가속페달’을 세게 밟고 있다. 저마다 ‘최초’를 내걸고 블록체인 기술을 속속 도입 중이다. 전문인력을 적극적으로 양성하고, 블록체인 스타트업 지원에 전폭적으로 나서고 있다. 편의성과 보안성을 갖춘 기술로 고객을 붙잡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은행거래의 핵심인 지급결제 분야에까진 블록체인이 침투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은행 비즈니스 모델에 적합한 블록체인 플랫폼을 선정할 수 있는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0일 블록체인 기업 ‘아톰릭스랩(Atomrigs Lab)’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블록체인은 중앙서버가 없기 때문에 개인이 계정암호를 분실하면 되찾을 방법이 없다. 아톰릭스랩은 잃어버린 개인 암호를 복원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KB국민은행은 오는 28일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금융서비스 아이디어도 공모한다.

신한은행은 대출 상담 시 필요한 신원검증 과정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했다. KEB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도 블록체인 기업과 손잡고 기술 개발에 나섰거나 블록체인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은행권이 블록체인에 주목하는 것은 ‘업무 혁신’과 맞닿기 때문이다. 우선 편의성과 시간절약이 장점으로 꼽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1일 “고객이 직접 증빙서류를 내면 서류 검토에만 통상 2~3일씩 걸리는데, 블록체인 기술로는 10분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고객이 다니는 회사가 일종의 재직증명서를 암호화시켜 서버에 등록해 놓으면, 은행에선 블록체인 기술로 신원 일치 여부만 판단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고객은 영업점을 들르지 않아도 되고, 은행은 인력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블록체인의 우수한 보안성은 은행 신뢰도를 높여준다. 예컨대 P2P금융(개인 간 거래)에 투자할 때에는 원리금을 돌려받을 권리가 적힌 증서가 오간다. 이를 은행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발급하면 투자자를 금융사기로부터 보호해 줄 수 있다. NH농협은행에서 지난달부터 시행하고 있는 서비스다.

그러나 아직 지급결제 서비스에서 블록체인 기술 상용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지급결제란 신용카드나 모바일 결제처럼 실물화폐 대신 전산으로 이뤄지는 거래다. 지급결제 업무는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데, 블록체인은 속도와 비용 측면에서 미흡한 점이 많다. 이성웅 KEB하나은행 글로벌 디지털센터 팀장은 지난 4월 열린 ‘블록체인 테크&비즈니스 서밋 2019’에서 “비자(VISA)는 1초당 2만4000건을 처리하는 수준인데,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인) 이더리움은 20건 정도에 불과하다”며 “내부적으로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지급결제 속도를 시험해봤으나 원하는 속도에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선진국인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블록체인이 활성화되면 은행 입장에선 서버 운영비와 로열티 제공 비용 등이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공개했었다.

이는 은행마다 최적화된 블록체인 플랫폼을 선정할 필요성을 내포한다. 박성준 동국대 암호학 교수는 “어떤 블록체인 플랫폼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은행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성패가 갈릴 것”이라며 “블록체인 종류에 따라 은행이 지불할 운영 비용이 천차만별로 차이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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