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뉴시스

미국 버지니아주 버지니아비치시 청사 건물에서 지난달 31일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시청에서 엔지니어로 15년간 일해왔던 드웨인 크래덕. 업무를 정리하고 주말을 기대하던 금요일 오후 4시에 벌어진 비극이었다.

크래덕은 청사 3개층을 돌아다니며 총기를 무차별 난사했다. 사망자 12명 중 11명이 동료 시청 직원이었고, 1명은 민원인이었다. 크래덕도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다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고, 결국 숨졌다. 크래덕이 평소 불만을 표출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으나 그가 사망하는 바람에 정확한 범행 동기는 아직도 수사 중이다.

총기 난사 사건은 미국의 불치병이다. 흑인·유대인·이슬람교도 등 특정 인종와 종교를 겨냥한 ‘증오범죄’ 총격 사건이 잇따르고, 학교에서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미국인들을 충격과 슬픔에 빠뜨리곤 한다. 하지만 미국에서 가장 많은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는 곳은 직장이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2000~2013년 발생한 사건 중 160건을 조사한 결과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총기 난사 사건이 직장에서 발생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최근 보도했다.

직장 내 총격 사고가 발생한 장소의 구분도 없다. 사무실, 공장, 쇼핑몰과 슈퍼마켓, 식당과 술집, 극장, 물류창고 등에서 무차별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도 다양하다. 현 직원과 전 직원이 총기를 난사하는 경우가 많지만 직원들과 어떤 식으로 연관이 있는 소비자나 관련자가 범행하는 사례도 있다. 고교 동창 여성을 괴롭힌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실을 보도한 데 앙심을 품은 30대 남성 재러드 라모스가 지난해 6월 28일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의 지역신문 ‘캐피털 가제트’ 편집국에 총기를 난사해 기자와 직원 등 5명이 숨진 사건이 대표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국 회사들이 지난 10년 동안 직장 내 총기 난사 사건을 막기 위해 주력해왔다고 WP는 보도했다. 미국에선 직장 내 총격 사고 예방법을 컨설팅해주는 회사들까지 성업 중이다. 미 국토안토부 비밀경호국 출신 인사들이 주축이 돼 시카고에 세운 위기관리 회사 ‘힐라드 헤인츠’도 그중 하나다.

힐라드 헤인츠는 “직장 내 총기 난사 사고는 절대 우연히 발생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위기관리 컨설팅을 받는 고객 회사들에 위험 신호를 포착하고, 잘 수습해 총격 사고를 사전에 막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총격 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대피 방법보다 회사나 동료에게 불만을 품은 직원이 방아쇠를 당기는 일이 없도록 하는 예방법 교육에 치중하는 것이다.


브라이언 해럴 국토안보부 부국장은 WP에 “총격 사고 범인들은 사전에 불만이나 근심을 반드시 표출한다”면서 “그런 위험 신호를 포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직장 내 총격 사건의 가해자들은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난폭한 행동과 폭언으로 위험 신호를 발신한다는 것이다. 또 특정 장소에서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의사를 공공연히 표출한다는 것이다. 이 위험 신호를 포착하는 것이 직장 내 총격 사건을 막을 수 있는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2월 15일 일리노이주 오로라의 밸브 제조 공장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은 위험 신호를 제대로 포착해 대응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는지 모른다. 45세 직원 게리 마틴은 전날 안전 규정을 위반했다. 그는 한 동료에게 “만약 이 이유로 해고된다면 여기에 있는 모든 나쁜 놈들과 경찰들을 쏴 죽일 것”이라고 말했다. 마틴은 다음날 해고됐고, 이후 전 직장에서 총기를 난사했다. 그의 총격으로 직장 동료 5명이 숨졌다. 경찰은 마틴을 사살했다. 경찰 조사에서 직장 동료는 “마틴이 항상 흥분한 상태에서 거친 욕설을 해 ‘죽이겠다’는 말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힐라드 헤인츠는 총격 사고를 막기 위해 고객 회사들에 익명으로 직원들의 불만사항을 접수하라고 조언한다. 이어 회사가 직원들의 불만사항 중 개선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행동으로 옮기라고 요구한다. 직원들과의 면담도 좋은 방법이다. 위험 증후를 보이는 직원이 있을 경우 회사 내 안전 담당 스태프들과 상담하고 그래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으면 외부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것이 최상책이라는 것이다. 힐라드 헤인츠는 대인 관계 폭이 좁은 은둔형 직원에 대해서는 그들의 소셜미디어를 체크할 것을 권했다. 평소에 사이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특정 동료를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는 것도 피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이런 모든 대응을 해도 직장 내 총격 사건을 막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힐라드 헤인츠의 범죄심리 전문가 마크 브렌징어는 “매우 위험해 보이는 사람이 아무런 사고를 치지 않고, 위험 정도가 매우 낮다고 판단했던 사람이 무차별 총격을 가하기도 한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목표는 고위험군 직장인을 보다 나은 상태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힐라드 헤인츠의 한 고객은 “직장 내 총격 사건은 100만분의 1 확률로 일어난다. 당신은 그 1의 확률을 막아야 한다”고 예방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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