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5월 7일 경기도 고양시 창릉동과 부천시 대장동을 제3기 신도시 예정지로 추가 지정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제3차 수도권 신규택지 추진 계획을 발표한 뒤 기존 신도시 일부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예정지에서 가까운 파주운정·고양일산·인천검단 등 1기와 2기 신도시 주민들은 잇따라 집회를 열어 3기 신도시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2기 신도시 분양이 마무리되지 않았고, 일부 지역에는 미분양 물량이 쌓여 있는데 신도시를 또 짓겠다고 하니 달갑지 않은 것이다. 강남권에 비해 집값 상승 폭이 작아 속이 쓰려 있던 차에 정부가 서울 집값 잡겠다고 자신들을 희생양 삼는다며 불만이다.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주장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신도시가 혐오시설이 아닌데 부동산 자산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에 사로잡혀 반대하는 건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접근법이다. 3기 신도시를 백지화하는 건 정책의 신뢰성을 훼손하기 때문에 정부가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신도시 방식의 공급 확대 정책이 유용한지를 재점검해보는 과정은 필요할 것 같다.

과거 신도시들이 서울의 주택 수요를 일부 분산시키는 기능을 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수도권 집중화를 심화시켰다는 것이다. 신도시가 서울 인구를 흡수했다고 하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지방 인구의 수도권 진입을 가속화시키는 발판이었다. 당초 의도했던 집값 안정에 기여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분당·일산·산본·평촌·중동 등 1기 신도시에 이어 김포한강·위례·판교·광교·검단·운정·동탄 등 10곳에 2기 신도시가 속속 들어섰지만 서울, 특히 강남 집값은 잡히지 않았다.

전국 평균 주택보급률은 이미 100%를 넘어선지 오래다. 서울은 2017년 기준 96.3%, 경기도는 99.5%라지만 다가구주택과 오피스텔 등을 감안하면 이미 100%가 넘는다는 분석도 있다. 집이 부족한 게 아니다. 생산가능인구가 급감하는 인구절벽이 조만간 도래하기 때문에 공급을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고령화와 저출산을 앞서 경험한 일본을 보면 우리의 앞날이 보인다. 일본은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빈집이 846만채다. 전체 주택의 13.6%다. 인구가 감소하는 와중에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심 원룸으로 옮겨가면서 외곽에 빈집이 늘고 있다. 우리에게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양상이다. 공급 과잉을 부추길 우려가 있는 신도시 정책은 위험하다. 대규모 신도시는 개발이익을 노린 투기를 부르고 빚으로 집을 사는 걸 부추겨 가계부채를 늘릴 것이다. 막대한 토지 보상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쏠려 거품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

공급 확대보다는 투기 수요를 차단하는 데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집값 상승에 베팅한 투기적 가수요를 차단하지 못하면 공급이 늘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부동산이 가장 믿을 만한 재테크 수단이라는 신화를 허물어야 한다. 그러려면 부동산 정책을 실수요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과감하게 전환할 필요가 있다.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문턱을 낮추고 거주기간에 비례해 보유세 감면을 확대해야 한다. 공공장기임대주택 확충, 무주택자 전세자금 지원 확대 등 서민들의 주거 안정성을 높이는 정책을 강화하는 것도 해야 할 일이다. 선진국에 비해 낮은 보유세는 점진적으로 올리고, 재건축·재개발 기준은 완화하되 개발이익은 환수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은 규제해 투기 수요를 억제해야 한다. 집은 자산 증식을 위해 빚을 내서라도 사둬야(bye) 하는 것이 아니라 살며(live) 그 가치를 향유하는 공간이어야 할텐데, 과연 정책이 이를 제대로 뒷받침할 수 있을런지.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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