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간 준비 없이 시행하는 바람에 취약계층 일자리 축소 등 상황 더 나빠져

탄력근로 외에 유연근로제도 도입하는 게 바람직
노동개혁 없이 사회안전망만 확대하면 성장잠재력 훼손돼


소득주도성장을 표방하고 있는 출범 3년차 문재인정부의 경제성적표가 초라하다. 특히 고용은 참사에 가까운 수준이다. 작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취업자 수는 사상 최저였고 취업자 수 증가는 10만명 밑이었다. 올해 4월 실업률은 19년 만에, 청년층의 체감 실업률은 통계 작성 이후 제일 높았다. 30~40대, 제조업의 일자리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나 60대 일자리가 주로 늘어나고 있다. 젊은이들은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기가 어려워졌고 상용직 고용이 늘어나고 있으나 주당 17시간 이하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도 같이 늘어나고 있다.

청년층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올해 들어 일자리 사정이 조금 좋아지는 것 같으나, 세금에 의해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많고 향후 고용상황도 좋을 것 같지는 않다. 올해 우리나라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였고 대부분의 국내외 경제예측기관들은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낙관적이었던 정부도 최근 경제의 ‘하방위험의 장기화’를 우려했다.

우리나라 일자리 상황이 극도로 악화된 것은 조선, 자동차산업 등의 불황에도 원인이 있지만 2년간 29.1% 오른 최저임금으로 대표되는 무리한 소득주도성장 정책 등 내적인 요인이 더 크다. 민간부분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못하면서 취약계층이 고통을 받고 있다. 근로소득 최상위·최하위 계층의 소득 격차가 역대 최저로 줄어들었다고는 하나 일자리가 없어서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계층을 포함하지 못하고 있으니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 문 정부 출범 이후 이전소득을 포함한 가구소득의 불평등도가 완화됐으나 소득 감소를 동반해 큰 의미가 없다.

올해 1분기에 10년 만에 전체 가구의 가처분소득이 감소했는데 소득 최하위 20% 계층은 전체소득, 근로소득, 가처분소득 모두 감소했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까지 복지비 지출을 늘렸음에도 근로소득 감소분을 보전해 주지 못했다. 최하위계층 가구의 취업자 수는 지난해보다 줄었다. 자영업자 중 다수의 소득 하위 20~60% 계층 가구가 소득이 줄면서 최하위계층으로 내려앉는 등 자영업자들의 몰락도 올해 1분기 통계청의 가계소득 동향조사에서 확인됐다.

일자리를 지킨 최하위계층의 임금은 상대적으로 올라갔으나 많은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찾지 못하고 있고 최하위계층의 근로소득 전체도 줄었으니 현 시점에서 ‘최저임금 1만원’ 정책은 실패다. 정부가 인정하는 데 1년 이상 걸렸지만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일자리가 우선은 줄어든다는 것은 경제원론 교과서에 나와 있다. 우리의 경우 최저임금이 짧은 시간에 급격히 올라갔고 부정적 효과를 상쇄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 함께 추진되지 못했다. 더구나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요구하는 주52시간제가 준비 없이 같이 시행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된 것이다.

많은 나라에서 시도한 일자리 나누기가 성과를 거두지 못했듯이 주52시간제 도입도 고용창출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근로소득 감소, 노사갈등 등 부작용이 크다는 것을 지난달 버스파업이 잘 보여주었다. 획일적 주52시간제 도입으로 많은 업종에서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어려워지고 있다. 7월부터 금융 전기통신 등 21개 업종의 1000여 사업장, 내년부터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주52시간제가 실시되면 고용 등에 대한 영향은 상당히 심각할 것이다. 주52시간제에 대한 대응방안의 하나로 은행권은 업무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비대면거래가 50% 증가하면 2만5000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근간인 ‘최저임금 1만원’ 정책, 주52시간제의 전면적인 수정이 이뤄져야 고용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동결되지 못하면 현행법이 허용하는 업종별 차등화를 통해 소규모 상공인과 취약계층 근로자를 보호해야 한다. 탄력근로제 확대뿐 아니라 유연근무제 도입 등 보다 유연하게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돼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주52시간제가 실시돼야 한다. 탄력근로제 보완 등이 적기에 이뤄지지 않으면 특례업종 유예기간 연장이 필요하다.

OECD 등 국제기구는 수년 전부터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 확대를 위해서는 노동개혁과 사회안전망 확대가 필요하다고 권고해 왔다. 정부가 지금과 같이 노동개혁이 없이 사회안전망 확대에만 주력한다면 오히려 성장잠재력이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노동시장 10% 최상층부에 위치한 대기업·공공부문의 고용유연성이 확대되고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및 인사관리 시스템이 도입돼야 민간부분에서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끝으로 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내세웠던 혁신성장에서 뚜렷한 진전이 있어야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부작용이 보완되고 미래의 일자리에 대한 희망도 가질 수 있다.

박영범(한성대 교수·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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