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컵을 던지고 폭언해 물의를 일으킨 데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1년2개월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전무와 그룹 부동산을 관리하는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겸임 발령을 받았다. 한진그룹은 조 전무가 특수폭행과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각각 무혐의 및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아 복귀에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긴하지만 이는 안이한 판단이다. 거래처 직원인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 그런 처분을 받았지 잘못이 없어서는 아니었을 것이다. 무혐의 등의 처분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물컵 갑질 사건 이후 추가로 드러난 조 전무의 부적절한 처신, 모친의 엽기적인 갑질, 고가품 밀반입 및 탈세 의혹 등 총수 일가의 꼬리를 물고 이어진 일탈 행위들을 기억하고 있는 국민들은 조 전무의 경영 복귀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오너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대한항공을 비롯해 한진그룹 기업들은 큰 손실을 봤다. 이미지와 신뢰가 추락했고 활동에 제약을 받은 기업도 있다. 그런데도 조 전무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복귀한 것은 그는 물론이거니와 총수 일가의 기업 윤리가 얼마나 저열한 수준인지를 보여준다. 조 전무가 복귀하자 물컵 사건 당시 그가 부사장으로 있었던 진에어 노조는 성명을 내 “회사의 위기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는 총수 일가에 배신감을 넘어 깊은 분노와 좌절을 느낀다”고 밝혔다. 일반 국민들의 심정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게다.

총수의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어린 나이인데도 대기업 핵심 임원을 맡기고 부적절한 처신으로 기업에 큰 손실을 끼쳤는데도 책임을 묻지 않는 건 정상이 아니다. 족벌 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런 기업을 누가 신뢰하겠는가. 한진그룹은 총수 일가가 마음대로 해도 되는 사유물이 아니다. 많은 직원들의 일터이고 투자한 주주들의 이해가 걸려 있는 만큼 경영은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마땅하다. 조 전무는 이를 감당할 능력과 자세를 갖추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길 바란다.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조 전무는 그냥 대주주에 만족할 수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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