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노르웨이 오슬로대 법대 대강당에서 열린 오슬로 포럼에 참석해 연설한 뒤 로라 비커(왼쪽) BBC방송 서울특파원이 진행한 이네 에릭슨 써라이데(오른쪽) 노르웨이 외교장관과의 대담에서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노르웨이를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국민을 위한 평화’를 핵심으로 하는 오슬로 구상을 발표했다. 국민 개개인의 이익에 부합하는 남북 협력을 통한 ‘민생 통일’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는 남북 관계 발전 방안이다.

문 대통령은 12일 오슬로대학 법대에서 열린 오슬로 포럼 연설에서 “갈등의 가장 큰 요인은 서로 적대하는 마음”이라며 “무엇보다 교류와 협력을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어야 구조적 갈등을 찾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등 돌리며 살아도 평화로울 수 있지만 진정한 평화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평화”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평화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이익이 되고 좋은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접경지역 문제(산불·병충해·가축 전염병·조업권 분쟁 등) 해결을 위한 ‘접경위원회’ 설치를 사실상 북한에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접경지역의 피해부터 우선 해결해야 한다”며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에 따라 독일에 설치된 접경위원회가 협력의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접경위원회가 동서독 소통에 기여했던 것처럼 남북 사이에도 접경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남북은 국경을 맞대고 있을 뿐 아니라 함께 살아야 할 생명공동체”라며 “남북 주민들이 분단으로 인해 겪는 구조적 폭력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 이것을 ‘국민을 위한 평화’로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평화가 내 삶을 나아지게 하는 좋은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모일 때 국민 사이에 이념과 사상으로 나뉜 마음의 분단도 치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슬로 구상은 문 대통령이 대선 전인 2017년 4월 23일 발표한 한반도 비핵평화 구상 이후 2년 만에 구체화한 민생 통일 방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평화가 오면 어떻게 변할 거다’라는 미래의 얘기가 아니라 ‘지금부터 우리가 평화를 누려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오랫동안 분단이 국민의 삶과 민주주의, 국민의 사고까지 제약해 왔다”며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평화가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때 국민들은 적극적으로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침 오늘은 1차 북·미 정상회담 1주년을 맞는 날”이라며 “노르웨이가 단 한 번도 평화를 위한 여정을 멈추지 않고 오늘의 평화를 이룬 것처럼 한국 정부 또한 평화를 위해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며, 반드시 평화를 이룰 것”이라고 다짐했다. 북·미 대화의 교착 상태에 대해서는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 70년 적대해 왔던 마음을 녹여내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노르웨이 외교부와 ‘인도주의 대화를 위한 센터’가 매년 여는 오슬로 포럼에선 그동안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등이 연설했다.

오슬로=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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