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새벽 폭행 뒤 의식을 잃은 친구를 광주 북구 한 원룸에 방치하고 도주하는 10대들의 모습. 광주경찰청 제공 영상 캡처

광주에서 10대 청소년 4명이 친구를 무차별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을 계기로 소년법 개정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소년범의 경우 일반적인 형사처분과 비교해 형량이 크게 낮기 때문이다. 국회에는 소년법 개정안 수십건이 계류 중이지만 엄벌주의, 재사회화 등 초점이 크게 엇갈려 관련 입법은 매번 미뤄지고 있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A군(18), B군(19) 등 또래 4명은 지난 9일 오전 1시부터 광주 북구의 한 원룸에서 C군(18)을 때려 숨지게 한 뒤 도주한 혐의(상해치사)를 받는다. 광주의 직업전문학교를 함께 다니다 지난 3월부터 원룸에서 동거한 이들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지난달부터 C군을 우산, 청소도구 등으로 상습 폭행해온 사실을 인정했다.

피해자 가족의 지인은 이날 “나이를 속여 술·담배도 구입하고 렌터카도 빌리는 등 성인의 권리는 가질 수 있으면서 사람을 죽여도 형벌은 낮다”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이번 사건의 피의자들은 미성년자로 처벌 수위는 장기 징역 10년, 단기 징역 5년으로 예상된다. 해당 글은 게시된 지 수시간 만에 3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 ‘관악산 여고생 집단폭행사건’ 등 잔혹한 소년범죄가 이어질 때도 소년범 처벌 수위가 국민의 법 감정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현재 국회엔 30여건의 소년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대체로 야당안은 처벌 강화에, 여당안은 재사회화에 초점을 뒀다. 박맹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강력범죄를 저지른 14세 이상 소년은 성인과 동일한 형량으로 처벌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 역시 “특정강력범죄, 성폭력범죄, 집단폭행·상해죄를 범한 소년의 경우에는 소년부 보호사건 대상에서 제외해 적절한 형사처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대표 발의한 법은 “엄벌주의에 기반을 둔 강력 처벌보다 재사회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년범들을 선도하기 위한 대안도 나왔다. 현행법은 소년이 범죄를 범한 경우 선도를 통해 사회에 복귀하도록 선도조건부 기소유예를 허용한다. 하지만 본래 취지와 달리 사실상 처벌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된다는 지적이 있다. 표창원 민주당 의원은 이에 “선도 기간 중 재범을 저지르거나 준수사항을 위반하면 처분을 취소하고 다시 수사하도록 해야 한다”며 지난해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전문가들은 단발적인 대책이나 법안 수정보다 범정부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국가 정책 순위에서 청소년 범죄가 후순위로 밀려나 있어 매번 독립 기관에서 단발 대책만 내놓는 상황”이라며 “청소년 범죄는 가출, 학교 밖 아이, 왕따, 다문화가정 등이 똬리를 틀고 있는 모양이라 여러 기관이 모여 중장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비효율적인 학교 내 범죄 교육을 개선하고 법을 엄격하게 해 예방 효과를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옥식 청소년폭력연구소 소장은 “2012년부터 생활기록부에 가해학생의 폭력사항이 기재되도록 학교폭력예방법을 개정하면서 실제 학교폭력률이 소폭 감소하는 효과를 봤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초범이면 감형이 되고, 법원에서 기회를 주는 경우도 있다”며 “우선 법을 엄하게 해야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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