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어린이보험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성인이 드는 어린이보험이라는 의미를 담은 ‘어른이(어린이+어른) 보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다. 성인보험보다 보험료가 싸면서도 질병과 상해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이 청년층 수요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어린이 인구가 줄어들자 보험사들이 가입연령을 대폭 확대해 영업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다.

12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손해보험사의 어린이보험 가입상한연령은 만 30세다. 지난해 4월 메리츠화재와 DB손해보험을 시작으로 하나둘 가입연령을 올리기 시작했다. 한화손해보험과 삼성화재도 최근 어린이보험 가입연령을 30세까지로 늘렸다.

가입연령이 높아지자 어린이보험을 찾는 20대 ‘어른이’가 부쩍 늘고 있다. 메리츠화재의 어린이보험 판매 실적은 가입연령 상향 이전인 지난해 1분기 59억5000만원에서 올해 1분기 82억8000만원으로 뛰었다. 보험설계사들도 20대 직장인에게 적극적으로 영업을 한다. 한 보험설계사는 “서른이 넘으면 들고 싶어도 못 드는 상품”이라며 “요즘은 젊은 직장인이 먼저 전화를 걸어 가입 가능한 나이냐고 물어본다”고 전했다.

성인들이 어린이보험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보험료에 있다. 어린이보험은 사망보험금을 빼거나 최소화할 수 있어 성인보험보다 보험료가 싸다. 사망보험금 수요가 적은 젊은 세대에게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내가 죽고 나서 남겨진 가족에게 돌아가는 보험금에 대한 수요가 있었는데, 요즘 젊은이 사이에선 이런 수요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20대가 성인과 청소년 사이에 있는 과도기라는 점도 ‘어른이 보험’ 인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보험업계 시각이다.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의 경우 부모가 20대 자녀의 보험을 가입시켜주고 보험료를 내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만 보험사들이 지나친 ‘장사’에 나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원래 어린이보험은 아이의 성장과정에서 발생하는 상해나 질병 등을 중점적으로 보장하는 상품이다. 하지만 출산율이 꾸준히 줄어들면서 어린이보험 시장의 성장성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 보험사들이 어린이보험의 보장기간을 100세로 대폭 늘리고, 태아보장특약을 도입하는 등 차별화 전략을 펼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어린이보험 가입연령을 높여서 청년까지 어린이보험 시장으로 유입하려는 전략을 펼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인이 가입하면서 어린이보험의 손해율이 높아질 우려는 없을까. 보험사들은 20대의 경우 손해율을 우려할 나이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어린이들도 여러 중대한 병에 걸릴 가능성이 낮지만, 20대 역시 병원에 가는 일이 많지 않은 나이”라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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