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뉴시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끊어졌던 북·미 정상 간 친서 외교가 재개됐다. 지난 2월 말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국에 강한 불만을 제기해왔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친서를 보내며 먼저 손을 내밀었고,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은 기쁘게 화답했다. 3개월 넘게 냉기류가 흐르던 북·미 관계가 이번 친서를 계기로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대선 유세를 위해 아이오와로 떠나기 전 백악관에서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아름답고 따뜻하며 멋진 친서를 어제(10일) 받았다”며 “아주 긍정적인 일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친서 전달이 공개된 것은 지난 2월 말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즈음 이후 처음이다. 친서 교환이 공개된 시점을 따져보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지난 1월 18일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북·미 정상이 친서를 주고받은 이후 거의 5개월 만이다. 친서 전달은 북·미 뉴욕 채널을 통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친서 받은 사실을 공개하며 “(김 위원장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우리는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친서를 보여줄 수는 없다”며 구체적인 내용과 전달 경로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선 “그것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론을 펴면서도 “나는 추후 어느 시점에 하길 원한다”고 말을 아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와 관련해 “전적으로 가능하며 김정은이 열쇠를 쥐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친서는 여전히 미국과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친서에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담기보다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우면서 북·미 대화 의지를 피력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친서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북·미 대화가 난관에 봉착하거나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지기 전에 전달됐다. 친서가 북·미 간 중대한 시점에 등장한 셈이다. 따라서 일각에선 이번 친서를 북·미 협상 재개와 연관시킬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예상도 나온다.

다만 상황 자체의 변화가 없는 만큼 친서 한 장이 북한 측의 중대한 방향 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과 비핵화 ‘직거래’를 원하는 김 위원장이 분위기를 떠보기 위해 친서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미 중앙정보국(CIA) 정보원 역할을 했다는 설과 관련해 “내 집권기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CIA 등을 동원해 북한 체제에 위협이 될 만한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김 위원장에게 보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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