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인인도법안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 수천명이 12일 도로를 점거하고 있다. 경찰의 최루탄을 막기 위해 하얀 마스크와 우산을 쓰고 있다. AP뉴시스

범죄인인도법안으로 촉발된 대규모 반중(反中) 시위로 홍콩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홍콩 입법회는 12일 파업과 수업 중단 사태까지 벌어지는 등 시위 분위기가 고조되자 이날 예정됐던 범죄인인도법 개정안 심의를 연기했다. 그러나 홍콩 시민들은 법안이 철회될 때까지 계속 투쟁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대규모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고 ‘우산혁명’으로 불리는 2014년 민주화 시위 이후 처음으로 시위대에 최루탄을 쏘며 강력 진압했다. 경찰과 시위대 충돌로 시민들 최소 20여명이 다쳤다.

홍콩 시민 수만명은 12일 애드미럴티의 입법회 청사 앞에 모여 범죄인인도법 개정안 반대 시위를 했다. 시위대는 이른 아침부터 청사 앞을 점령하고, 인근 룽워거리 일대에 철제 펜스로 바리케이드를 쳤다.

도심 도로까지 시위대에 의해 점거돼 교통은 완전히 마비됐다. 시위 도중 비가 내리기도 했지만 시민들은 꿋꿋하게 ‘반송중(反送中)’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와 우산을 든 채 자리를 지켰다. 결국 경찰은 오후 들어 다량의 최루탄과 물대포를 발사하며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그럼에도 시위대는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는 물론 고무탄도 사용했다. 홍콩 경찰국장은 시위대를 ‘폭도’로, 시위는 폭동으로 규정한 뒤 이들에게 최대 10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콩 시민들은 이번 시위에서도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학생과 교사들은 수업을 거부하고 시위에 나섰다. 시위에는 교사 4000여명, 7개 대학의 학생들도 참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400여개 홍콩 기업은 영업을 중단하고, 직원들의 시위 참여를 적극 독려했다. 시민들은 “우리가 자유과 권리를 위해 싸우지 않는다면 빼앗길 수밖에 없다” “과거 우산혁명의 실패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홍콩 시위대가 경찰이 쏜 최루탄을 다시 던지고 있다. 경찰은 2014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 이후 이날 처음으로 시위대 진압을 위해 최루가스를 쐈다. 홍콩 입법회는 최대 규모 시위가 발생했던 지난 9일에 이어 이날도 시위가 격화되자 예정됐던 법안 심의를 연기했다. AP뉴시스

시위가 격화될 조짐이 보이자 홍콩 입법회는 이날 오전 11시(현지시간)로 예정됐던 범죄인인도법 개정안 2차 심의를 일단 연기했다. 입법회는 “향후 변경된 심의 개시 시간을 의원들에게 통보할 방침”이라고 했다. 앞서 앤드루 렁 입법회 의장은 “이날 2차 심의 이후 61시간 동안 토론을 한 뒤 20일 3차 심의 및 표결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고비는 넘겼지만 시위대는 정부가 범죄인인도법 개정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완차이와 센트럴 일대 도로에서 무기한 점거 농성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입법회와 정부 고위관리의 자택까지 기습 진입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하철(MTR) 운행 저지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민족당 대표 찬호틴은 “이번 시위는 과거와 다를 것”이라며 “기필코 법안 철회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말했다.

중국 정부는 여전히 범죄인인도법 개정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홍콩 특별행정구의 법안 개정을 결연하게 지지한다”고 밝혔다. 겅 대변인은 미국의 비판에 대해선 “미국은 내정간섭을 중단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중국 언론은 이번 반중 시위에 미국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지난 9일 시위에 대해 “외국세력, 특히 미국의 개입이 없었다면 홍콩 내 극단적 분리독립주의자들이 이처럼 심각한 공격을 시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부 국가들은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자 홍콩 내 자국민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주홍콩 미국총영사관은 “시위를 피하고 외부활동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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