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재 재판관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법정에서 2018·2019년 정부 최저임금 고시의 위헌 여부에 관한 공개변론을 열고 의견을 듣고 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국제노동기구(ILO) 총회가 열리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뉴시스

정부가 다시 ‘정년연장 카드’를 꺼냈다. 당장 하자는 건 아니지만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현재 만 60세인 정년의 연장을 두고 사회적 논의는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또 최저임금은 조금 더 ‘속도조절’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이재갑(사진) 고용노동부 장관은 12일 국제노동기구(ILO) 총회가 열린 스위스 제네바에서 공동취재단 인터뷰를 갖고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할 때 노동력을 유지하려면 일하던 사람도 더 오래 일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이어 주무부처인 고용부 장관까지 필요성을 거론한 것이다. 고령화·저출산 현상이 심화하면서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어 정년연장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장관은 “고령자가 오래 일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여러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지금부터 하는 게 맞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른 시일 안에 정년연장을 추진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이 장관은 청년세대와 고령자의 ‘일자리 갈등’을 예로 들었다. 향후 몇 년간 에코세대(1979~92년 사이 태어난 20, 30대 청년층) 인구가 증가하는데, 부족한 일자리를 놓고 청년층과 고령층이 경쟁하면서 갈등을 겪을 수 있다고 봤다.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는 연공급 임금구조도 걸림돌이다. 임금구조를 바꾸지 않은 채 정년을 연장하면 기업은 인건비 상승 부담을 피할 수 없다. 이 장관은 “정년을 60세로 연장한 지 2~3년밖에 안 됐다. 이게 노동시장에 어떻게 작용했는지 분석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 2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정년연장 문제를 사회적으로 논의할 시점”이라고 언급했었다. 잇단 정부 고위관료의 발언으로 정년연장 논의는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대법원은 지난 2월에 육체노동자 가동연한을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하는 판례를 내놓았었다. 기재부가 중심이 된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도 정년연장을 중장기 과제로 설정하고 검토 중이다.

또한 이 장관은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와 관련해 최저임금위원회가 ‘균형 잡힌 심의’를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한계기업이나 한계업종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인상을 흡수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게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임금 근로자 상황과 한계기업 상황을 균형 있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단 모든 노동시장 문제를 최저임금 인상의 결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최저임금 외에 제조업경기 둔화, 대외 요인 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 장관은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 이달 중에 관계부처 협의와 노사단체 의견수렴을 동시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음 달 안으로 외교부에 비준을 의뢰한 뒤 오는 9월 정기국회에 ILO 핵심협약 비준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필요한 법 개정작업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이 장관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익위원 안이 이미 도출돼 있지만, 노사 모두 여기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며 “노동법, 노사관계 학자 등과 전문가 간담회, 토론회 등을 열고 노사 의견도 다시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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