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 견제를 위해 폴란드 주둔 미군 1000명을 증원하고 폴란드에 F-35 스텔스 전투기 32대를 판매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 대선 때 외국 정부가 상대측 후보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면 받겠다는 뜻을 밝혔다. 2016년 대선 당시 불거졌던 ‘러시아 스캔들’을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상황에서 의혹을 증폭하는 발언을 스스로 내뱉은 것이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나 러시아 등 외국에서 상대 후보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면 이를 받겠느냐, 아니면 연방수사국(FBI)에 신고하겠느냐’는 질문에 “둘 다 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게 뭔지 들어보고는 싶겠다. 들어보는 건 아무런 잘못이 없다”며 “이를테면 노르웨이에서 ‘당신 경쟁자의 정보가 있다’는 전화가 오면 나는 듣고 싶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질문자가 ‘(외국의) 선거 개입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냐’고 되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건 선거 개입이 아니다. 그들이 정보를 갖고 있다면 나는 받겠다”고 답했다. 외국의 정보 제공을 미국 정치권에 만연한 ‘뒷조사(opposition research)’ 관행에 비유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솔직히 말하자면 정치인들은 모두 뒷조사를 한다”며 “누가 뒷조사를 한다고 FBI에 신고할 수는 있겠다만 FBI는 그런 걸 일일이 다룰 인력이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2016년 대선 당시 소셜미디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측 이메일을 해킹해 공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이 대선 기간 중 러시아 인사들과 접촉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가 공모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는 공모 의혹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무죄라고 확인하지도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공개되자마자 파문을 일으켰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방금 외국 정보기관과 미국의 적들을 향해 ‘2020년 대선에 마음껏 개입하라’는 충격적인 제안을 던졌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대선 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시 외국(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수사 방해까지 저질렀다”며 “이제는 그가 똑같은 일을 반복하겠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을 당장 탄핵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미 법무부는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을 조사한 중앙정보국(CIA) 고위관리들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CIA와 국가정보국(DNI) 등 미 정보기관은 러시아의 선거 개입 의혹이 사실이라고 결론짓는 등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정보기관을 상대로 반격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수사 범위가 FBI와 DNI로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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