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춤이 가득한, 지금껏 본 적 없는 연극. 뮤지컬처럼 멋진 것도 없다네. 모두가 보게 될 거야. 뮤지컬이라 불리는 이 멋진 예술을.”

뮤지컬의 탄생은 과연 어떠했을까. 셰익스피어가 살던 16세기 런던이 뮤지컬의 황금기인 1930년대 브로드웨이와 비슷했다면 재미있지 않을까. 기발한 상상력으로 뮤지컬의 기원을 풀어낸 뮤지컬 ‘썸씽로튼’이 국내에 상륙했다.

오는 30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썸씽로튼’은 영국의 코미디 작가 존 오 페럴과 캐리·웨인 커크패트릭 형제가 함께 구상한 작품. 르네상스 시대를 배경으로 당대 최고의 극작가 셰익스피어에 맞서 인류 최초의 뮤지컬을 제작하게 된 바텀 형제의 분투기를 그린다.

2015년 3월 미국에서 초연된 공연은 첫 오리지널 월드투어 행선지로 서울을 택했다. 프로듀서 케빈 매컬럼은 “한국은 스토리텔링에 대한 이해와 역사가 깊은 나라”라며 “특히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세계로 뻗어 나갈 때 연결점이 되어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번뜩이는 재치와 아이디어로 채워진다. 셰익스피어가 거만한 극작가이자 섹시한 록스타였다는 설정부터 예사롭지 않다. 매컬럼은 “셰익스피어가 그저 시를 낭독하기보다 록밴드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처럼 공연을 펼쳤다면 더 파급력이 있지 않았겠나”라고 했다. 셰익스피어의 극을 재기발랄하게 차용한 대사들은 기발하고도 신선하다.

공연을 온전히 즐기는 데에는 몇 가지 장벽이 존재한다. 먼저 영미권 문화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 또 다른 뮤지컬들을 오마주한 장면도 많아 전부를 캐치해내기 어렵다. 예컨대 대표곡 ‘어 뮤지컬(A Musical)’은 ‘레미제라블’ ‘시카고’ ‘렌트’ 등 10편의 히트작에서 안무와 멜로디를 따온 것이다. 그야말로 아는 만큼 보이는 작품인 셈이다.

작곡가 웨인 커크패트릭은 “다른 작품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또 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잘 모르는 사람도 즐길 만한 요소가 많다”고 했다. 캐리 커크패트릭은 “‘썸씽로튼’은 대본을 토대로 한 ‘북(Book) 뮤지컬’이라 할 수 있는데, 이야기를 매끄럽게 전환하고 일관된 유머 코드를 유지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 공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언어유희는 무리 없이 전달되는 편이다. 상황에 맞게 적절히 의역한 자막이 원 대사의 의도대로 정확한 웃음을 빚어낸다. ‘데드풀’ 등 영화 작업을 주로 하다 처음 뮤지컬 번역에 도전한 황석희 번역가의 공이 크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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