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이 지난 3월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휴대폰 분실한 걸로 쉽게 쉽게 하면 될 걸…” 2016년 가수 정준영(30)의 불법촬영 혐의를 수사한 경찰관 A씨(54)는 정씨의 변호사 B씨(42)에게 이같이 말했다. 경찰관이 가해자 측에 거짓 증언을 먼저 제안한 것이다. B변호사는 A경찰관에게 “팀장님 제가 사건 처리 쉽게 해드릴게요”라고 말한 뒤 식사를 접대했다.

이후 수사는 신속히 진행됐다. 성폭력 관련 사건은 통상 3~4개월이 소요되지만 정씨 사건은 휴대폰 압수도 없이 수사 17일 만에 종결됐다. 정씨는 그해 10월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6년 정준영 불법촬영’ 사건을 담당한 당시 서울 성동경찰서 여성청소년과 팀장인 A경찰관을 직무유기와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넘겼다고 13일 밝혔다. B변호사도 정씨의 휴대폰을 숨기고 A경찰관과 공모한 혐의(증거은닉 및 직무유기)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경찰은 금품이 오간 정황은 찾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B변호사는 정씨가 피해여성에게 불법촬영 혐의로 고소당하자 문제의 휴대폰을 경찰에 제출하지 않고 사설 업체에 포렌식 의뢰를 맡겼다. 하지만 A경찰관은 B변호사에게 ‘휴대폰 분실’을 제안한 뒤, 사설 포렌식업체에 ‘데이터 복원 불가’ 확인서를 써달라고 요구했다. 업체가 거절하자 B변호사가 A경찰관에게 “팀장님 제가 사건 쉽게 처리해드릴게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B변호사는 ‘휴대폰 데이터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허위확인서와 ‘파손으로 확인불가’라는 포스트잇을 붙인 휴대폰 사진을 첨부해 제출했다.

A경찰관은 이 과정에서 허위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포렌식업체의 의뢰서 내용 중 ‘1∼4시간 후 휴대폰 출고 가능, 데이터는 평균 24시간 이내 복구 완료’라는 문구를 가린 뒤 원본과 대조했다는 도장을 찍어 수사결과 보고서에 첨부했다. 그는 또 휴대폰을 압수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수차례 받았지만 실행에 옮기지 않고 “정씨가 범행을 일부 시인한다”고 주장해 결재를 받았다.

경찰은 B변호사 주도로 정씨와 소속사 관계자가 3차례 대책회의를 한 사실도 파악했다. 압수수색에 대비해 휴대폰을 B변호사 사무실에 맡아두기로 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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