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 축하 내용을 담고 있었고, 북학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내용은 담겨 있지 않았다고 CNN방송이 12일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리들은 김 위원장의 이번 친서를 3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분위기 조성용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낙관론을 유지하면서도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의 말을 4번이나 한 것은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친서가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에 기대감을 갖게 하는 정치적 의미는 지니고 있으나 내용상으로는 알맹이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CNN은 친서 내용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친서에는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 진전을 위한 세부사항이 담겨 있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3차 회담을 준비하고 있으나 북한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듣기를 원한다고 방송은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인사는 이번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 생일 축하를 위한 편지’라고 묘사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은 14일인데, 김 위원장이 친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을 빌었다”고 말했다. 비핵화 조치에 대한 언급 없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덕담을 건넸다는 것이다.

CNN은 그러나 편지를 보낸 시점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싱가포르 회담 1주년 직전인 지난 10일 친서를 받으면서 북핵 성과를 지속적으로 자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이번 친서에 북·미 대화를 완전히 끊거나 핵무기 실험을 재개하겠다는 협박이 담기지 않는 것은 다행이다.

CNN은 또 북한이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새 카운터파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미 중앙정보국(CIA) 정보원이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내 재임기간 중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상대방의 친척을 스파이로 활용하는 경우의 위험성을 지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가 북한과 매우 잘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낙관론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나는 서두를 것이 없다”고 네 차례나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노르웨이 오슬로 총리관저에서 열린 에르나 솔베르그 총리와의 정상회담 공동 언론발표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의 대강의 내용을 미국이 알려준 바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하지 않은 아주 흥미로운 대목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내용 이상으로 제가 먼저 말씀드릴 수는 없는 점, 양해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비건 대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김 위원장 친서 등에 대해 “긍정적 시그널로 본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제재는 여전하다. 미국은 “북한이 불법 해상 환적을 통해 대북 제재에서 규정한 정제유 연간 취득 상한선인 50만 배럴을 넘겼다”면서 유엔 회원국들에 “북한에 추가 정제유 공급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오슬로=강준구 기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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