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돼 발간된 경복궁영건일기. 서울역사편찬원 제공

서울역사편찬원은 경복궁 중건 과정에 대한 유일한 기록으로 알려진 ‘경복궁영건일기’를 일본에서 발견, 최초로 번역해 발간했다고 13일 밝혔다.

경복궁영건일기는 경복궁 중건이 완료된 1868년 당시 한성부 하급 관료이자 공사현장 실무자였던 원세철이 남긴 총 9책으로 된 기록물이다. 경복궁 중건 과정에 대한 직접적인 사료로는 유일하다. 서울역사편찬원은 지난해 도쿄 가쿠게이대 기미지마 가즈히코 명예교수의 도움으로 일본 와세다대에 소장된 이 책을 발견하고 번역에 착수했다.

서울역사편찬원 이상배 원장은 “지금까지 경복궁 복원과 연구를 하면서 참고할 만한 구체적이고 정확한 기록물이 거의 없었다”면서 “번역돼 나온 영건일기가 경복궁 복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복궁영건일기 문헌 중 광화문 현판을 설명한 부분(붉은 선)에 ‘묵질금자(墨質金字)’라는 글씨가 보인다. 서울역사편찬원 제공

편찬원에 따르면 경복궁영건일기가 번역되면서 경복궁에 대한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우선 광화문, 건춘문, 영추문 현판의 오류다. 영건일기에는 각 현판마다 바탕색과 글자색이 지정돼 있다. 현재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로 돼있는 광화문 현판의 경우 영건일기에는 검은색 바탕에 금색 글씨를 뜻하는 ‘묵질금자(墨質金字)’로 기록돼 있다. 광화문 현판 오류는 지난해 번역 과정에서 공개돼 문화재청이 현판 교체를 계획 중이다.

침전이나 신하 접견소로 알려졌던 경복궁 내 연길당과 응지당은 강녕전의 동서 퇴선간으로 음식을 데워서 수라상을 들이던 중간부엌이었고, 강녕전·연생전·경선전은 원래 하나의 전각으로 건립하려다 분리한 사실도 처음으로 밝혀졌다. 또 경북궁 안에 6개의 수문과 4개의 물길, 두 갈래의 도회은구(배수구)가 있었다는 것도 확인됐다.

경복궁은 임진왜란 때 불에 탄 후 고종 때 중건이 이뤄졌다. 중건은 3년간 40개월에 걸쳐 진행됐으며 1868년 7월에 완료됐다. 영건일기에는 총 61만6114명의 백성이 자원군 형식으로 중건에 참여했으며, 경복궁 주변 대저택들을 매입하거나 원납받은 사실도 기록돼 있다. 당시 공사에서는 관악산의 불기운(화기)을 막기 위해 배 깃발을 근정전 월대 위에 꽂아두거나 관악산 나무로 만든 숯을 묻기도 했다.

편찬원은 중건일기에서 새롭게 밝혀진 내용들을 중심으로 17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경복궁 중건의 역사, 첫 장을 열다’라는 제목의 학술대회를 연다. 학술대회에 참여하는 홍순민 명지대 교수는 영건일기에 대해 “경복궁 중건에서 흥선대원군이 차지하는 실제적 비중이 얼마나 컸는지 파악하는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조재모 경북대 교수는 “40개월이라는 공사기간은 결코 여유 있는 일정이 아니었다”면서 “주요 전각들은 신중하게 의사를 결정하고 공사를 진행했지만, 위계가 낮거나 중요하지 않은 전각들은 표준화해 반복적으로 건립했다”고 분석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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