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노동자 장시간 노동철폐 및 과로사, 자살방지 시민사회 대책위원회가 지난달 30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 권고 이행 촉구 및 노동조건 후퇴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 우체국 집배원 3만명이 인력 증원을 요구하며 다음 달 전면 파업을 경고했다. 올해에만 집배원 8명이 과로로 사망했는데, 인력 부족으로 인한 ‘살인적인 업무량’이 이를 초래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우정사업본부는 우편물량 감소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인력을 늘릴 예산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간극은 크다.

우체국은 전국 택배 물량의 약 8%를 맡고 있고 민간 택배회사가 가지 않는 읍면리까지 우편을 배달한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대규모 물류 대란 우려가 높다. 전문가들은 “우편 서비스의 공공성과 적자 문제 사이에서 집배원만 희생되고 있다”며 사측과 정부의 고통 분담을 주문했다.

한국노총 전국우정노동조합은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월부터 7차례 노사 교섭을 하고 집배원 인력 충원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사측은 지난해 ‘집배원 과로사’가 이슈가 되자 집배인력 1000명 충원 및 토요근무 폐지 등에 합의했지만 회사 적자를 이유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오는 24일 총파업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우정사업본부는 2011년 이후 만성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는 1350억원 적자가 났다. 본부 관계자는 “고지서 등을 온라인으로 받아보는 추세이다 보니 우편 물량은 줄었지만 인건비는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우체국 택배 물량이 늘긴 했지만 이 분야는 민간 택배회사 비중이 커 적자분을 메우지 못한다는 게 본부 측 설명이다.

문제는 우편 물량이 줄었어도 집배원들의 노동 강도는 그대로이거나 더 높아졌다는 데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신도시 개발 등 변화가 이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노·사와 전문가들로 꾸려진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 추진단’은 “집배원 근로 강도는 ‘배달점’(우편물 배달을 위한 이동 거리)의 영향을 받는데, 최근 10년간 배달점이 증가하고 있다”며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한 장소에 여러 통을 배달하는 경우가 줄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집배원 노동시간은 연 2745시간으로 한국 임금노동자 평균(2052시간)보다 훨씬 많다. 2020년까지 2000명을 충원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공공성 성격을 띠는 우체국은 지점을 쉽게 줄일 수 없어 수익성 악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우체국은 민간 택배회사가 다루지 않는 시골에도 우편 서비스를 제공한다. 법원, 은행 등이 법률적인 용도로 보내는 등기우편 서비스도 책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윤 우정노조 부산본부 위원장은 “경남 마산 작은 마을에 있는 우체국을 하나 없애려고 해도 마을 주민, 지역구 의원까지 나서서 ‘공공서비스’라며 폐국을 막는다”며 “이런 상황인데 수익성을 따지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집배원들의 장시간 근로를 묵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 소장은 “우편사업과 달리 예금, 보험 등 우체국 금융사업은 흑자를 내는데 이 몫을 중앙정부가 가져가고 있다”며 “관련 회계 방식을 바꿔 금융 수익을 집배 인력 충원에 쓰는 등 문제 해결 방법이 있지만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우체국 고위직은 성과급 잔치를 해 매년 비판을 받고 있는 게 아이러니”라며 “현장 인력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공공서비스 방만 경영을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규영 박세원 기자 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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