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YG엔터테인먼트 사옥. 한때 이 건물은 K팝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통했다. 하지만 YG가 잇달아 각종 논란에 휩싸이면서 지금은 건물이 지닌 위상도 많이 추락한 분위기다. 뉴시스

지난 12일 그룹 아이콘의 리더 비아이가 과거 마약을 구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온라인 기사에는 다양한 악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비아이를 질타하는 글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그가 속한 연예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를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YG는 이 정도면 마약 소굴이다” “YG는 불매해야 한다” “YG 소속 연예인 전부 다 조사해야 한다”….

네티즌이 이 같은 반응을 보인 건 YG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YG는 소속 가수들이 각종 구설에 오를 때마다 재발 방지를 약속하곤 했지만 대중의 질타를 받는 사건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K팝의 보루처럼 여겨지던 YG는 어쩌다 이 지경이 돼버린 것일까.

YG의 수장인 양현석. YG 제공

알려졌다시피 YG는 1990년대를 풍미한 그룹 서태지와아이들 멤버인 양현석이 설립한 회사다. 설립 당시에는 ‘현기획’이라는 간판을 내걸었다가 이듬해엔 ‘MF기획’으로, 다시 1년 뒤에는 ‘양군기획’으로 회사명을 바꿨다. ‘YG엔터테인먼트’라는 법인명을 내건 건 2001년부터다.

지누션 원타임 등을 스타로 키워내며 서서히 영향력을 키워가던 이 회사는 2002~2003년 휘성 빅마마 세븐이 데뷔와 동시에 스타로 발돋움하며 대형 연예기획사로 거듭났다. 특히 2006년 내놓은 그룹 빅뱅은 YG 성장의 끌차 역할을 했다. YG는 SM·JYP엔터테인먼트와 함께 국내 3대 연예기획사로 통하며 수많은 스타를 배출했다. 다른 연예기획사와 달리 음악적인 색깔도 뚜렷했다. 흑인음악에 바탕을 둔 YG 뮤지션의 음반은 특출난 데가 있었다.

하지만 소속 가수들이 잇달아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면서 YG를 바라보는 시선은 갈수록 나빠졌다. 특히 마약과 관련된 사건이 끊임없이 불거졌다. 검색창에 ‘YG’를 입력하면 자동완성검색어 중 하나가 ‘YG 약국’일 정도로 YG는 대중의 조롱거리가 됐다.

2010년 이후 불거진 마약 의혹만 해도 한두 건이 아니었다. 2011년엔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이 대마초 혐의로 입건됐고, 2014년엔 투애니원 출신 박봄이 마약 밀반입 의혹을 샀다. 2017년엔 빅뱅 멤버 탑이 대마초를 피운 사실이 드러났다. 래퍼 겸 프로듀서인 쿠시는 지난 3월 코카인을 흡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

특히 올해 들어 YG는 ‘국민 욕받이’로 전락한 분위기다. 버닝썬 사건이 결정타였다. 빅뱅 멤버 승리가 경영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이 클럽이 성범죄의 온상이었고 마약의 유통 창구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중은 충격을 받았다. 급기야 지난달 한 방송에서는 양현석이 과거 외국인 투자자를 상대로 성 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양현석은 “방송에 나온 의혹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양현석은 과거 경찰이 비아이의 마약 관련 혐의 수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비아이가 3년 전 마약 구매와 관련해 수사선상에 올랐으나 당시 경찰과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 간에 유착 관계 때문에 사건이 무마됐다는 취지의 공익신고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최근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된 적 없는 여타 YG 소속 가수들에게도 불똥이 튀고 있다는 점이다. 비아이의 마약 의혹 소식이 전해진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YG의 연예계 활동 정지를 요청하는 글이 올라왔다. 올봄에는 일부 대학에서는 ‘YG 가수’가 축제 무대에 서는 것을 반대하는 학생들의 움직임이 거세게 일었다. 몇몇 대학에서는 “YG를 소비하는 행위는 악질적인 범죄행위에 대한 간접적인 동조로 비칠 수 있다”거나 “등록금이 범죄의 온상 YG로 흐르는 데 반대한다”는 대자보가 내걸렸다. 추문이 이어지면서 올해 초 5만원대를 기록했던 YG의 주가는 현재 3만원대까지 떨어졌다. 국세청은 지난 3월 YG를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사면초가에 몰린 YG의 부활은 가능할까.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의혹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고 있는데 수많은 의혹들 가운데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부터 정리가 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YG가 단시간에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긴 힘들 것”이라며 “길게 내다보면서 진정성을 갖고 팬들에게 다시 다가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동윤 음악평론가는 “YG는 사건이 터지면 사태의 사실 여부를 해명하기보다는 미온적으로 대응하곤 했다”며 “앞으로는 이런 태도를 버려야 한다. 소속 가수 관리에도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대중의 시선은 결국 양현석의 행보에 쏠리고 있다. YG의 앞날을 결정하는 건 회사의 수장인 양현석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2년 전 한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소속 연예인의 ‘리스크 관리’를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진정한 오너는 잘될 때 맨 뒤에서 웃으며 서 있고, 위기 때 맨 앞으로 뛰어가야 한다. 연예인을 이끌어가는 건 내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이다.”

박지훈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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