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를 출입하던 2014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노사정 사회적 논의 촉진을 위한 소위원회’가 구성됐다. 노사정(勞使政)과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굵직한 문제를 풀어나갔다.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노·사, 노·정 관계 개선 등이 2개월 동안 논의됐다. 깜짝 잠정 합의도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최종 발표로 이어지지 못했다. 단계적 근로시간 단축, 특별연장근로 8시간 허용과 휴일근로 가산임금 할증률 여부 등 공개되지 못했던 합의안에는 상당히 진전된 논의 결과물이 담겼던 것으로 전해진다.

5년이 지난 지금 그때를 떠올리는 건 ‘근로시간 단축’ 때문이다.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은 작년 2월 국회를 통과해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진통이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 소개되고 있다.

다만 최근 논의에는 두 가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첫 번째는 근로시간 단축이 현 정권에서 갑자기 등장했다는 오해다. 사실 근로시간 단축은 하루 아침에 하늘에서 떨어진 주제가 아니다. 무려 6년 동안 보수·진보 정권 모두 논의한 주제다. 문재인 대통령뿐만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도 근로시간 단축을 약속했다.

보수·진보 정권 모두 근로시간 단축을 회피하지 못한 배경에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근로시간 단축은 법에 1주일이 5일인지, 7일인지 명확하지 않아 발생한 사건이다. 한국 사회는 그동안 1주일을 그냥 ‘5일’로 해석해 최대 주 68시간(통상적으로 월~금요일 5일 근무 40시간+휴일 근무 16시간+연장 근무 12시간) 일을 해왔다. 그런데 2012년부터 이 해석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관련 소송과 판결이 나온 것이다. 근로자는 휴일 가산 수당(통상임금의 50%)과 연장 가산 수당(통상임금의 50%)을 받을 수 있다. 만약 1주일을 5일에서 7일(월~일요일)로 해석을 바꾸면 임금 계산이 달라진다. 토요일과 일요일이 ‘주 40시간’ 속에 포함되면서 그 날 일한 건 휴일이자 연장 근무가 되고, 수당을 현행보다 두 배(휴일+연장) 받을 수 있다.

이같은 ‘임금 소송’은 근로시간 단축 논의로 번져갔다. 1주일을 7일로 해석하면 자연스럽게 현행 법정 근로시간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주 7일 근무 40시간에 연장 근무 12시간이다. 이것이 바로 ‘주52시간’의 근거다. 결국 대법원도 성남시 환경미화원 소송을 2013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다. 만약 대법원이 근로자의 손을 들어주면 휴일 수당은 두 배, 현행 최대 주68시간 근무는 위법이 된다. 노동 시장에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시한’이 생긴 셈이다. 이에 따라 지난 6년간 정부는 대법원 판결 전 보완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했다. 긴 공방 끝에 국회는 2018년 단계적 근로시간 단축, 휴일 수당 중복 할증 미적용 등 보완책을 마련했고, 대법원도 비슷한 취지로 판결을 내리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따라서 최근 주52시간 근로시간 시행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특히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것에는 보수·진보 모두 책임이 있다. 현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 사건의 원인이 된 ‘1주일 5일’ 해석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나왔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관련 행정해석이 나온 건 김대중정부 시절인 2000년이다. 모든 정권이 언젠가 터질 ‘폭탄 돌리기’를 한 셈이다.

두 번째 오해는 본질이다. 근로시간 단축의 본질은 ‘임금’이 아니라 ‘휴식권’이다. 근로시간 단축 입법 때 ‘빨간 날 법’이 함께 추진된 이유다. 당시 오히려 야당 원내대표였던 김성태 의원이 주도한 관련 법은 ‘1주일에 1일 유급휴일’만 법적으로 보장돼 관공서 공휴일 혜택을 못 누리는 근로자들을 보호해 주는 것이다. 현재 근로시간 단축 시행은 근로자들조차 반기지 않고 있다. 수당이 붙는 휴일·연장 근무를 해서 ‘돈’을 더 벌어야 하는 근로자들과 새로운 사람을 뽑기보다 근로시간을 연장하려는 사용자들의 ‘심리적 담합’이 수십년간 이어진 결과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수당을 받아야 생활이 가능한 기형적 임금 체계 등 한국 노동시장의 근본적 문제를 함께 고쳐 ‘임금→휴식권’으로 논의가 이동해야 한다. 쉬라고 해도 “제발 돈을 벌도록 일을 하게 해 달라”는 사회가 정상은 아니지 않은가.

전슬기 경제부 기자 sg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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