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현지시간)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인근을 지나던 유조선 2척이 피격되면서 중동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공격 이유나 주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을,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배후에 있다고 비난한다. 국제유가의 움직임은 예상과 달랐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2.2% 상승하는 데 그쳤다. 14일에도 전날보다 배럴당 0.4% 상승한 52.5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중동이 화염에 싸이면 국제유가가 단숨에 100달러로 치솟던 것은 옛날얘기가 됐다. 우선,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로 세계 경기가 하강하면서 원유 수요가 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영향을 미쳤다. 근본적으로는 ‘셰일 혁명’ 덕분이다. 셰일 원유라는 대체 공급원이 생기면서 세계 에너지 질서가 재편됐다. 셰일 원유는 수평의 퇴적암(셰일)층의 미세한 틈에 갇혀 있는 원유로, 대부분 미국에서 채굴된다. 셰일 에너지 덕분에 미국은 지난해 하루 원유생산량 1531만 배럴로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됐다. 간단히 말하면 미국은 중동 등의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에너지 불안에서 해방됐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3개국은 긴 원유 수송로로 인한 안보 불안에 크게 노출돼 있다. 그 가운데 ‘세계의 공장’인 동시에 세계 최대 원유수입국인 중국이 가장 취약하다. 미국의 동맹인 한국과 일본은 유사시 미 해군의 보호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3년 11월 후진타오 중국 주석은 말라카 해협을 통과해야만 중국이 에너지를 운송할 수 있는 에너지 안보 불안을 ‘말라카 딜레마(Malacca Dilemma)’로 표현했다. 인도양과 남중국해를 연결하는 말라카 해협은 전체 길이 800㎞의 폭이 아주 좁은 수로다. 중국 원유 수입량의 80%가 이 해협을 거쳐야 한다. 미 해군이 이 해협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중국의 생명줄을 미국이 쥐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진핑 주석이 2013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에는 미국의 에너지 봉쇄에서 벗어나려는 중국의 염원이 담겨 있다. 특히 인도양에 접한 파키스탄 과다르항을 개발해 중국 서부 신장과 연결하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China-Pakistan Economic Corridor)은 말라카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함이 분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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