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가 피플 파워에 백기를 들었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을 밀어붙이던 홍콩 당국이 15일 100만명이 넘는 홍콩 시민의 시위에 굴복, 결국 법안 심의를 보류했다. 송환법은 지난해 대만에서 홍콩인이 임신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망친 사건을 계기로 개정이 추진됐다. 대만과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되지 않아서다. 법안에 대만 외에 중국과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범민주 진영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들끓었고, 100만 시위로 확대됐다. 시위 과정에서 수많은 부상자가 생겨났고, 시위대 1명이 숨지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홍콩 시민들이 송환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중국 당국에 미운털이 박힌 홍콩인들이 중국으로 보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2015년 홍콩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여성 관련 사생활 책을 출판하려던 홍콩인 5명이 석 달 사이에 실종된 전례가 있다. 이들 가운데 4명은 홍콩으로 돌아왔으나 1명은 아직도 행방을 모른다. 이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중국 당국에 연행된 사실이 귀환자의 증언으로 밝혀졌다.

홍콩은 홍콩기본법에 따라 중국 이양 이후 50년간, 즉 2047년까지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받았다. 국제사회와의 약속이기도 하다. 그러나 홍콩 시민들은 중국에 시진핑 정권이 들어서면서 항인치항(港人治港·홍콩인에 의한 홍콩 통치) 원칙이 위협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홍콩 출판인 5명 실종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다. 홍콩 정부와 의회를 모두 친중파가 장악하고 있는 마당에 송환법까지 시행되면 중국의 간섭이 더 심해질 건 자명하다. 홍콩 시민의 대규모 시위는 중국으로부터 홍콩을 지키기 위한 자위권 행사다.

홍콩 당국의 송환법 보류 결정에도 중국 정부는 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송환법 개정은 주류의 민의가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민일보가 전한 ‘주류의 민의’는 ‘중국 정부의 의사’일 게다. 홍콩은 중국의 일부임이 분명하나 항인치항의 특별행정기구다. 홍콩 문제는 홍콩인 스스로 해결하도록 간섭하지 않는 것이 중국 정부가 그토록 강조해왔던 일국양제 원칙에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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