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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비나이, 외국에서 빛나는 한국 대중음악의 귀재

[한동윤의 뮤직플레이]


한국 대중음악의 위상이 부쩍 높아졌다. 한국 아이돌 그룹이 빌보드 차트에 드는 모습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됐다. 방탄소년단은 이달 초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이틀간 열린 단독 공연에 관객 12만명을 불러들이며 글로벌 톱스타로서 위용을 뽐냈다. 세계 각지의 수많은 젊은이가 우리나라 아이돌 가수들 춤을 따라 한다. K팝이 지구촌 곳곳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아이돌 가수만 우리 대중음악의 존재감을 드높이는 역군으로 활약하는 건 아니다. 외국을 바쁘게 돌면서 K팝의 다채로운 매력을 알리는 인디밴드도 여럿 된다. 대표적인 팀이 잠비나이다. 이들은 영국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미국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스페인 프리마베라 사운드 같은 유수의 음악 축제에 출연해 외국 팬들과의 만남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때문에 잠비나이는 국내보다 우리나라 바깥에서 더 유명하다.

국악에 기반을 둔 록 음악을 선보이며 국내외에서 적지 않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밴드 잠비나이. 왼쪽부터 팀의 멤버인 김보미 유병구 이일우 최재혁 심은용. 더텔테일하트 제공

이처럼 잠비나이가 외국에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참신성의 힘이 컸다. 잠비나이는 코드나 멜로디를 중시하는 보통의 록 문법을 벗어나 악기들의 질감과 조화, 복잡한 구성, 야릇한 분위기 등에 무게를 두는 포스트록을 들려준다. 포스트록이 전체 록 음악 지형에서 차지하는 면적이 좁은 편이긴 해도 아주 낯설게 느껴질 수준은 아니다. 잠비나이는 여느 포스트록 밴드와는 다르게 국악기로 유례없는 신선미를 발산한다. 더불어 우리 악기가 지닌 음색을 잘 살려 음산함과 강건함이 공존하는 독특한 스타일을 보여준다.

이달 출시한 세 번째 정규 앨범 ‘온다(ONDA)’에서도 전통악기로 빚은 오묘하고도 박력 넘치는 록의 향연은 계속된다. 생황과 해금이 따로 곡을 이끌다가 하모니를 이루며 분위기를 고조하는 ‘Sawtooth’, 거문고를 타고 나온 차진 리듬과 양금의 청아한 소리, 스캣 보컬이 신비감을 퍼뜨리는 ‘사상(絲狀)의 지평선’, 8분20초 동안 국악기로 차분히 전통음악의 빛깔을 낸 뒤 세찬 록으로 변모하는 ‘나무의 대화’ 등을 들으면 잠비나이의 창의적인 음악 세계를 만끽할 수 있다. 우리 전통음악과 서양의 대중음악이 착 달라붙어 색다른 쌍무를 춘다.

이번 음반은 전작들보다 보컬 곡을 많이 들였다. 덕분에 잠비나이 음악의 단점이라 할 까다로움이 어느 정도 누그러졌다. 동시에 이 장치를 통해 기묘한 느낌을 한층 직관적으로 드러내게 됐다. ‘Square Wave’는 보컬 선율을 단조롭게 지어 귀에 빠르게 익게 하면서도 중반부터는 보컬을 멀리서 울리는 것처럼 꾸며 화자의 절박한 심정을 효과적으로 부각했다. ‘온다(ONDA)’는 어절을 연결해 부르는 가창으로 유연함과 몽롱한 기운을 함께 나타낸다. 보컬이 대중성과 환상적인 느낌을 배가시킨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새 앨범을 향한 외국 매체와 음악팬들의 호평은 이어지고 있다. 국악기로 연출한 새로움, 긴장감 있는 구성, 탄탄한 짜임새를 겸비한 덕이다. 비록 주류 음악 차트에서는 볼 수 없어도 잠비나이는 자신들의 자리에서 광채를 발한다. 한국에 이런 밴드가 있다는 것, 정말자랑스러운 일이다.

한동윤<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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