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 사회적 타협의 북유럽 모델을 국내서 구현하는 노력 뒤따라야…
기득권 혁파와 노동계 변화 이끌어내길


어떤 이는 한가한 여행이라 비판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은 국정에 중대한 분기점이 될 만한 요소를 가졌다. 경제 운영 측면에서 그렇고, 갈등 조정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사회 현실을 볼 때 더욱 그렇다. 북유럽은 지금 우리가 어쩌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여러 문제를 먼저 겪으며 나름대로 풀어낸 곳이다. 정체된 성장, 깊어지는 양극화, 규제에 신음하는 기업, 목소리만 높이는 노조, 번번이 실패하는 사회적 타협…. 정부가 선전하는 바이오 투자 유치 등은 곁가지에 불과하다. “순방 성과가 경제 활력으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대통령의 말은 더 본질적인 성과를 뜻하는 거라야 한다. 그동안 경제를 이끌어온 성장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이 정부가 내놓은 새로운 패러다임도 먹혀들지 않는 진퇴양난의 한국병을 어떻게 할 것인지, 그 해결의 단초를 북유럽 모델에서 응용해내는 과정이 뒤따라야 이번 순방은 비로소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6박8일 순방 기간 중 거론된 몇몇 장면을 되새겨 보기 바란다.

국내에서 꺼낼 때마다 정치적 해석이 뒤따랐던 기득권이란 단어는 핀란드에 가서 모처럼 본연의 의미를 되찾았다. 문 대통령은 오타니에미 혁신단지에서 “혁신은 기득권과 충돌하기 마련인데 어떻게 이겨냈느냐”고 물었다.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와 이해관계를 기득권이라 명명했다. 재벌, 부유층, 보수 등을 얼핏 떠올리게 되는 기득권의 범주에 무인 타워크레인을 막아선 노총이나 카풀을 저지한 택시업계, 그런 이해관계를 토대로 구축된 규제 장벽까지 포함시킨 언급이었다. 답변자는 “나아가려면 이 길뿐이란 생각으로 정진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제 실패란 말이 공공연해진 집권 3년차에 혁신성장은 정부가 사활을 걸어야 하는 정책이 됐다. 혁신을 위해선 기득권을 돌파하는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대통령과 정부에 깊이 각인돼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살트셰바덴을 “오늘의 스웨덴이 있게 한 곳”이라고 평가했다. 1938년 스톡홀름 남동쪽의 이 마을에서 극심한 유혈 노사 갈등을 종식하는 노사정 협약이 체결됐다. 임금·고용·복지를 놓고 세 주체가 각기 양보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냈다. 노사정으로 안 돼 경사노위까지 했지만 실패한 우리에게 “포용 사회는 일방의 양보가 아닌 모두의 양보로 만들어지는 것”이란 시사점을 준다. 지금 한국에서 모두의 양보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퍼즐 하나는 노동계의 변화다. 이를 끌어내는 역할을 노동계가 지지기반인 정권이 감당해낸다면 비로소 사회적 합의에 성큼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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