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성 척추 후만증 환자의 모습.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61세 남성 A씨는 곱사등이로 살아왔다. 어렸을 때는 등이 굽은 이유도 모르고 살았으나 나이 들어 검진을 받으며 언제 걸렸는지 모르는 결핵이 원인임을 알게 됐다. 호흡기를 통해 폐로 들어온 결핵균이 피를 타고 척추에 침투해 척추뼈를 파괴한 것이다. 이로 인해 여러마디의 척추뼈가 붙어버렸고 앞으로 기울어 등이 구부러지고 튀어나왔다. A씨는 “그저 감기로만 생각하고 병원을 찾지 않은 게 원망스러웠다”고 했다. 최근 허리가 자주 아프고 걷다 보면 다리에 힘이 풀리는 일이 잦아져 병원을 찾았다.

A씨의 병명은 결핵성 척추 후만증이다. ‘곱추병’으로도 불린다. 척추에 결핵균이 옮아 생기는 결핵성 척추염이 좀더 진행된 병이다. 결핵은 대개 폐에만 걸리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위장, 뼈, 관절에도 감염될 수 있다. 척추는 많은 혈액이 통과하는 구조물이어서 피를 타고 다니던 결핵균이 정착할 확률이 높은 편이다. 전체 결핵의 약 2%가 척추 결핵이다. 처음에는 발열과 전신피로, 식욕부진 같은 증상이 나타나 감기 몸살로 착각하기 쉽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이런 척추 결핵으로 진료받은 사람은 418명이었다. 이들은 결핵을 방치한 대가로 신체·정신적 고통은 물론 사회적 편견까지 감내해야 하는 처지다.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조대진 교수는 17일 “요즘은 결핵을 조기에 치료하는 경우가 많아 결핵성 척추 후만증까지 생기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결핵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과거에는 척추까지 감염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척추의 굽은 각도는 40도부터 120도까지 다양하다.

기존에는 붙어버린 척추뼈 전체를 제거하고 고정물을 삽입해 척추를 세우는 치료법이 사용됐다. 하지만 이 방법은 많게는 척추뼈 6~7마디를 제거해야 하고 들러붙은 신경을 풀어주는 부위가 넓어 하지마비의 위험성이 높고 척추도 단단하게 지지되기 어려웠다.


조 교수팀은 기존 발상에서 벗어난 새 수술법을 고안했다. 건물을 세우기 전에 지지 기반을 먼저 다지듯이 가장 크고 단단한 뼈를 지반으로 삼아 그 위에 척추를 세우는 방법(단독 후방 경유 신절골술)이다. 조 교수는 “뼈를 잘라 기형을 교정하고 다시 이어주는 방식으로, 큰 덩어리인 뼈의 위쪽 부위를 평평하게 절단해 단단한 지반을 만들고 그 위에 척추를 고정시켰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이런 방식으로 마비를 동반한 결핵성 후만증 환자 7명의 굽은 척추 각도를 평균 25도(최소 9도, 최대 34도) 가량 교정해 펴지도록 하는데 성공, 세계신경외과학회지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 방법으로 수술받은 A씨도 굽은 등이 22도 가량 교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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