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용 감독의 20세 이하 축구 대표팀이 2019년 폴란드 U-20 월드컵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축구 역사를 새롭게 썼다. 축구 국가대표팀의 월드컵대회 또는 올림픽 본선 경기를 마무리할 때면 마음속에 떠오르는 몇 가지 질문이 있다. 왜 우리 팀에는 상대가 예측하지 못하는 창의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많지 않은가. 우리 선수들은 왜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하지 못하는가. 우리는 메시, 음바페 등 경기 흐름을 한순간에 바꾸어 득점을 만들어내는 천재형 선수를 길러낼 수는 없는가라는 질문들이다.

이런 질문에 정답이라도 보여주는 듯한 이번 U-20 대표팀 선수들의 경기 내용과 결과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축구 경기 전술 운용의 기본은 상대팀이 잘하는 것을 못하게 하거나 막아내고, 우리 팀의 특기를 잘 살리는 것이다. 정 감독은 상대팀에 따른 전술 변화를 꾸준히 추구하고, 매 경기 마음껏 즐기고 오라는 주문을 함으로써 선수들이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유도했다. 만 18세3개월의 나이에 2골과 4개의 도움을 기록해 골든볼을 수상한 이강인의 예측 불가능한 창의적 플레이는 동료 선수의 결정적인 득점으로 이어졌다. 골키퍼로는 작은 키의 이광연의 선방, 최전방 공격수로서 그림 같은 헤딩골도 만든 오세훈, 스피드를 활용해 상대 측면을 무너뜨린 엄원상, 이번 대회 16개의 베스트 골에 포함된 득점을 만들어낸 최준과 조영욱, 3백과 4백의 전술 운용을 소화해낸 이지솔·이재익·김현우, 주장과 측면 수비수 역할을 수행한 황태현, 그리고 벤치에 있는 선수까지 하나의 팀이 되어 정 감독의 전술 변화 요구에 자신 있는 플레이로 화답했다.

월드컵 우승. 아직은 멀게 느껴지지만, U-20 월드컵 준우승은 월드컵대회 우승을 꿈꾸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월드컵 우승을 위해서는 제2, 제3의 이강인 같은 선수가 나와야 한다. 천재형 선수들의 공통점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경기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사고의 능력이다. 둘째, 이러한 생각을 기술로 연결하는 볼 컨트롤 능력이다.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선수를 키우기 위해서는 인내하고 투자하는 체계적인 과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어린 선수들이 창의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재능 있는 청소년들을 놓치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 창의적 플레이 능력은 억지로 훈련하는 방법으로는 얻어질 수 없다. 즐겁게 자발적으로 훈련하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최근 스포츠혁신위원회에서 학교스포츠 정상화를 위한 2차 권고를 했다. 권고의 핵심은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정규 수업은 반드시 참여하고 경기 및 대회는 주말대회로 단계적으로 전환하도록 한 것이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종목별로 차이가 있지만, 현재 학생선수들이 3월 대회에 참가하면 7일에서 10일 정도 수업 결손이 발생한다. 4월이나 5월에 또 다른 대회에 참가하면 같은 과정이 반복되고, 이때부터 학생선수들은 책을 덮고 운동에 매달리게 된다. 상급학교 진학도 경기 및 대회 결과에 의해서만 결정되기 때문에 학습에는 관심을 갖지 못하고 마치 학교 안의 ‘외딴섬’ 안에서 학생선수들만의 생활이 진행되는 게 현실이었다.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은 경기력 차원에서도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전술적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고, 비판적 사고력과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기본권이다. 뿐만 아니라 스포츠 행정, 교육, 외교, 법률, 산업 등 스포츠 및 관련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해 요구되는 기본 소양을 쌓는 데 필수적이기도 하다. 또 모든 학생선수가 직업선수로 성공하기 힘든 여건 속에서 학생선수들의 다양한 직업선택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기본권이라 할 수 있다.

운동 아니면 공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현재의 이분법적 인식 속에서 결과만을 중시하는 학생선수 육성 패러다임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창의적이고 우수한 선수 육성을 통해 월드컵 우승을 꿈꾸는 것과 같이 페어플레이, 희생정신, 팀워크 등 학생선수들이 축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귀중한 가치까지 습득한 의사, 변호사, 작가, 화가 등 다양한 전문 분야의 사회인으로 성장할 때가 오기를 기원한다. 그 출발점은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이다.

이용수(세종대 교수·체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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