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서 박사 한 알의 밀알 되어] 세계장애인 선교기구 설립 등 3대 비전 발표

<7> 한국밀알선교단 창립 예배

이재서 세계밀알연합 총재가 1980년 7월 사무실 봉헌예배를 드리고 있다.

10월이 되면 언제나 가슴이 벅차오른다. 새해 달력을 받아들면 가장 먼저 찾아보는 날짜가 10월 16일이다. 바로 한국밀알선교단이 첫발을 내디딘 날이다. 10월은 언제나 내게 빨간색으로 다가온다. 빨갛게 익은 가을 과일이나 붉게 물든 단풍 때문이 아니다. 그날을 위해 불태웠던 수많은 날들, 젊음, 감사와 기쁨, 그리고 가슴이 아련한 아픔들까지 모두 혼합돼 빨간색으로 다가온다.



(포털사이트에서 영상이 노출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1979년 9월 27일 목요일 오후 8시. 한국밀알선교단 첫 번째 창립 준비 모임이 서울 상도동 연합세계선교회 사택에서 열렸다. 그것도 내가 겨우내 살았던 바로 그 조그만 뒷방에서 말이다. 김성철 이춘원 송세안 등 창립을 위해 주춧돌이 돼 줄 사람들과 함께였다. 예배 인도는 내가 맡았다. 밀알선교단 이름으로 드려지는 첫 번째 예배였다.

요한복음 12장 24절을 구절로 설교를 마친 뒤 한 달여 동안 전전긍긍하며 준비했던 3대 목표, 취지문, 가입 안내서, 단원 카드, 후원금 약속증서 등을 나눠 주고 그 내용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리고 여러 장씩 가져가 주변에 나눠주고 단원 확보에 힘써줄 것을 부탁했다.

관련 문서들을 모두 복사하는 데 1만500원이 들었는데, 이는 내가 밀알선교단을 위해 바친 첫 헌금이었다. 설명을 마친 뒤 미리 구상해 온 대로 임원을 발표했다. 개인 적성과 능력에 따라 해당 사역에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미리 정해 임명했다.

그날 결정한 사항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매주 화요일 오후 7시 30분에 정기모임을 갖는 일이었다. ‘밀알 화요모임’의 첫 단추가 된 결의였다. 정식 창립 예배는 10월 16일에 역시 연합세계선교회 사택에서 진행키로 했다.

16일 오후 7시 30분, 드디어 한국밀알선교단의 역사적인 창립 예배가 드려졌다. 화창하고 따스한 전형적인 가을 날씨였다. 사도신경으로 신앙을 고백한 후 밀알의 이름으로 맨 처음 드린 찬송은 ‘내 너를 위하여’(311장)였다. 찬송가 가사만으로도 예수님께서 우리 가슴에 새겨주실 비전을 묵상할 수 있었다.

‘내 너를 위하여 몸 버려 피 흘려 네 죄를 속하여 살길을 주었다 너 위해 몸을 주건만 너 무엇 주느냐.’

설교는 당시 총신대 교목을 맡고 있던 정성구 목사가 했다. 설교 후 찬송엔 밀알의 다짐이 담겼다. ‘예수 나를 오라 하네 예수 나를 오라 하네 어디든지 주를 따라 주와 같이 같이 가려네 주의 인도하심 따라 주의 인도하심 따라 어디든지 주를 따라 주와 같이 같이 가려네’(324장 ‘예수 나를 오라 하네’ 중)

1부 창립 예배에 이어진 2부는 ‘밀알의 다짐’이라는 주제로 향후 사역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단장으로서 창립 취지와 목적, 3대 목표, 앞으로의 방향과 비전 등을 설명하고 임원을 소개했다. 떨리고 긴장되는 순간이었지만 내 입을 떠난 말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세 가지 이유에서 우리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첫째,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일이기 때문이고 둘째, 우리는 모두 젊기 때문이며 셋째, 우리는 기도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곤 세 가지 비전을 발표했다. 첫째, 전국의 장애인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선교센터를 세우는 일. 둘째, 장애인이 현실적으로 가장 고통을 당하는 직업과 자립 문제를 돕기 위해 직업전문대학을 세우는 일. 셋째, 세계장애인 선교를 위해 세계기구를 만드는 일이었다.

이재서 총재(앞줄 왼쪽 네 번째)가 같은 해 8월 제1기 하계수련회에서 한국밀알선교단 단원들과 기념촬영하는 모습.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감히 그런 공상 같은 꿈들을 그 자리에서 말할 수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적어도 그 자리에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시기상조였다. 심지어 나 자신도 무엇을 어떻게 할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런데 한 달 동안 밀알선교단 창립을 준비하는 가운데 끊임없이 고민해 온 생각들을 일부러 감추지 않고 선포하고 만 것이다. 두렵고 떨렸지만 그렇게 말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어떤 강권적인 힘 같은 것이 작용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중에서도 왠지 모를 자신감이 넘치고 있었던 것은 분명히 하나님의 역사였다고 믿는다.

이어 송세안 총무가 나와 1차적으로 바로 시작하게 될 다섯 가지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첫째, 장애인을 효과적으로 이해하고 접근하기 위해 단원들의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둘째, 서울에서 집단으로 거주하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그룹 성경공부 혹은 개인적 성경공부를 실시한다. 셋째, 시각장애인을 위한 신앙녹음도서 보급 사업을 벌인다. 넷째,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역 봉사 사업을 실시한다. 다섯째, 장애인을 교회에 알리는 계몽 사업을 실시한다.

감사하게도 이 모든 계획은 불과 몇 달 안에 다 이뤄졌다. 창립하던 날 선포한 모든 계획이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않고 다 이뤄진 것이 감사하고 신기할 뿐이다. 공상 같았던 3대 비전도 지금 다 이뤄져 가는 것을 보면서 감사하고 놀라울 뿐이다.

이어 전체 기도회를 하고 가입 안내 및 모임 안내를 한 다음 둘러앉아 서로를 소개했다. 참석 인원은 총 25명이었다. 물론 다 밀알을 하겠다고 온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냥 따라온 사람, 와 달라니까 마지못해 참석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 자리를 쓸쓸하지 않게 채워준 그들이 있었기에 더 큰 용기와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비록 한 번 자리를 채워주는 것으로 밀알과의 인연이 끝났을지라도 그들의 역할은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

이재서 박사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