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과 차이만 강조하면 통일 멀어져”

남북한 ‘마음 통일’ 돕는 ‘유니시드’ 엄에스더 대표

엄에스더 유니시드 대표가 지난 13일 서울 성동구의 사무실 앞에서 향후 목표를 설명하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탈북민 3만2000여명은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지고 이 땅에 온 사람들입니다. 생계가 어려워 국경을 넘은 경우도 있지만, 정치적 자유와 가족을 찾아 한국에 온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탈북민을 모두 생계형이라 오해하고, 남한 사람과의 차이만 강조한다면 통일은 점점 멀어질 겁니다.”

70여년간 따로 살아온 남북한 주민의 ‘마음 통일’을 돕는 비영리단체 ‘유니시드’ 엄에스더(36) 대표의 말이다. 엄 대표는 2008년 남한 땅을 밟은 함흥 출신 탈북민이다. 탈북민 인식 개선 및 남북한 청년의 소통을 위해 2014년 유니시드를 조직했다. 4명으로 시작한 회원은 지금 90여명에 달한다. 지난 13일 서울 성동구의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엄 대표가 유니시드를 세운 결정적 이유는 우리 사회의 탈북민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그가 보기에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 주민을 배제한 통일론만 주장했다. 탈북민은 한국 방송매체에서 가난하고 비합리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으로 주로 묘사됐다. 탈북민이 유별난 존재가 아니며, 받는 데만 익숙한 게 아니라 나눔에도 앞장설 수 있음을 알리고 싶었다.

그때 떠오른 게 그의 봉사 경험이었다. 한국 정착 한 달 만에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자 주변 봉사자들이 탈북민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고 말한 게 기억났다. 당시 대학생이던 엄 대표는 장학금 250만원을 종잣돈 삼아 유니시드를 세웠다. 이때부터 자비를 보태 매달 서울역 노숙인과 독거노인에게 도시락을 전하고 있다. 언어 교류, 수제청 만들기, 맛집 탐방 등 매달 남북한 청년의 만남의 장도 열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꿈을 향해 도전하는 탈북 청년 3명에게 장학금도 제공하고 있다. 먼저 정착한 탈북민이 탈북 청년 한 명에게 1년간 매달 10만원씩 지원하는 식이다. 엄 대표는 “여명학교 입학부터 한국외대 졸업까지 모두 장학금을 받았다. 언젠가 나도 장학금을 주는 사람이 되겠노라 다짐했었다”며 “지금 장학금을 지원 중인데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한 탈북민이 후원하니 더 자극을 받는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2004년과 2006년 두 차례 탈북을 감행했다. 2004년 중국에 갔다 북송됐으나 기적적으로 3개월 만에 구류장을 나왔다. 고향에 돌아갔지만, 가족이 중국으로 떠나 2006년 다시 국경을 넘었다. 중국에서 가족과 만났으나 공안에 검거돼 어머니와 여동생이 북송 위기에 놓이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 한국계 캐나다인 선교사의 도움으로 2008년 한국에 입국했다. 어머니와 여동생은 한국에서 재결합했다. 그는 탈북과 한국 정착 과정에서 선교사들의 헌신에 감동 받아 기독교인이 됐다.

엄 대표는 한국교회가 탈북민 인식 개선에 적극 나서주길 호소했다. 그는 “‘수혜자’란 시선은 도움을 받는 일에 더 익숙하게 만든다. 예수님께서 사람의 친구로 이 땅에 오셨듯 탈북민을 친구로서 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이념을 떠나 사람 자체를 존중할 때 진정한 통일이 이뤄진다고 믿는다”며 “남북한 주민이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며 일상에서 작은 통일을 이뤄가는 일에 교회가 더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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