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조세형평성 맞추기’ 기조에 따라 올해 부동산 공시가격을 대폭 올렸다. 이에 따라 고가 주택 보유자들이 내야 할 재산세도 크게 늘었다. 일부 고가 주택 보유자는 ‘세금 부담’을 느낄 수준이다. 다만 올해는 ‘세부담 상한제’의 혜택을 봐 피부에 와닿는 충격은 덜하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올해 내지 않은 세금 인상분까지 더해지면서 ‘세금 부담 증가’ 반발이 거세질 수 있다. 최근 서울 등 일부에서 부동산가격이 꿈틀거리고 있지만, 집값 안정세가 유지돼 내년 공시가격이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 되면 ‘괴리현상’이 빚어진다. 공시가격은 비슷한데 내야 할 세금이 크게 늘어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과 부동산 안정화 정책이 서로 충돌해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경고한다.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제도 도입 이후 최대 상승률인 9.13%를 기록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2007년 이후 가장 많이 오른 5.24%다. 정부가 조세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현실화율)을 대폭 올린 영향이다.

이에 일부 고가 주택의 경우 재산세가 크게 증가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의 ‘최근 주택 공시가격 변화 특징과 지방세 영향’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공시가격 5억원인 공동주택은 올해 평균 공시가격이 15.13% 올랐고, 재산세액은 평균 24.76% 증가한다. 공시가격 인상 속도보다 세부담 증가 속도가 더 큰 것이다. 박상수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전체 주택(공동주택+단독주택)의 공시가격 변동률은 평균 6%이지만, 재산세액 증가율은 공시가격 변동률보다 2~3% 포인트 더 높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세부담 상한제는 ‘방파제’가 있어 올해 재산세 부담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급격하게 재산세가 늘어나는 걸 막기 위해 주택 공시가격 3억원 이하는 5%, 3억원 초과 6억원 이하는 10%, 6억원 초과는 30%까지만 인상한다. 지난해 공시가격 5억원 주택 1채를 보유해 재산세 63만원을 냈는데, 올해 공시가격이 올라 재산세가 75만원으로 계산되더라도 상한선을 적용해 69만3000원을 내도록 하는 식이다. 국토부도 “세부담 상한제가 있어 올해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혼란은 적을 것”이라며 “공시가격 현실화는 세금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내년부터 사정이 달라진다. 세부담 상한제는 집을 계속 보유할 경우 공시가격이 급등한 해의 1년치 세금만 줄여준다. 이듬해 공시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한 남은 인상분이 부과된다. 박 연구위원은 “공시가격 5억원 공동주택은 세부담 상한제가 적용돼 올해는 세부담이 10%만 는다. 대신 올해 증가하지 않은 나머지 재산세액 증가분(14.76%)은 내년이나 그 이후에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년에 공시가격이 오르지 않더라도 재산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것이다.

올해 부동산 시장 안정세는 더 큰 ‘독’이 될 수 있다. 집값이 오르지 않았는데도,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작업을 지속하면 내년 공시가격은 오르게 된다. 내년 공시가격 상승분으로 산정된 세금에다 올해 내지 않은 세금분까지 더해 세부담이 한층 커진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내년 주택 공시가격 상승률과 세부담 증가분이 일치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해 반발이 커질 수 있다”며 “정부가 적절한 정책 대응책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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