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미국 내 대학을 방문해 중국 유학생은 위협적 존재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내용의 비공개 설명회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FBI는 올 초 미국의 한 대학을 방문해 일부 교수와 이사진을 상대로 ‘중국: 미국 학계에 위협(China: The Risk To Academia)’이라는 제목의 문건과 함께 비공개 설명회를 열었다.

17일 국민일보가 입수한 문건(사진)을 보면 FBI는 미국이 열린교육 환경 프로그램으로 외국인 학생과 교수들이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지만 이를 일부 국가가 중요한 정보와 연구 자료를 탈취하는 데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외국 국적의 학생과 교수, 연구원이 소속 학교와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연구 자료를 불법 취득하거나 핵심 인재를 빼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FBI는 문건에서 ‘외국(Foreign)’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중국 유학생이 타깃임을 분명히 했다. ‘중국 정부는 역사적으로 경제 스파이 활동을 후원해 왔고 세계의 지적재산 주요 침해국’이라든가 ‘중국 정부는 다양한 이유로 미국 학계에 특별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표현이 등장한다. ‘중국의 성장 전략’을 비판적으로 설명한 항목도 존재하며, 불법 사례로 제시한 7건 모두 중국인 유학생과 교직원이 관련된 것이다.

FBI는 ‘적수들(adversaries)’이 목표로 삼는 1순위는 투자 금액이 크거나 미국 정부와 연계된 연구개발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외국인 유학생이나 교수, 연구원들은 미국 내 기관이나 대학에 들어가 자료를 불법으로 탈취하거나 연구자들에게 접근해 정보를 입수하며, 빼내는 정보도 출판 전 연구 결과부터 실험실 장비, 예산 견적, 장비 사양, 공급망까지 다양하다는 것이다.

FBI는 7가지 불법 사례를 소개했다. 미 중서부의 한 의과대학에서 근무하던 중국인 연구원은 첩보 혐의로 미 당국에 기소됐다. 중국인 연구원은 미국인 연구원이 특허받은 암 연구용 화합물 용기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자리를 비운 사이 사무실로 들어와 훔쳤다. 대학의 컴퓨터 서버에 접속해 연구와 관련된 정보를 삭제하려는 시도도 했다.

중국의 ‘천인재능 프로그램(Thousand Talents Program)’을 활용한 불법 사례도 소개됐다. 이 프로그램은 중국 정부가 2008년부터 막대한 연구 지원과 보조금 등을 지급해 해외로 유출된 자국 인재들이 다시 돌아오도록 하는 것이다. 미 국방부의 기밀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미국 대학의 한 중국인 교수는 천인재능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 대학의 전자공학 및 자동화공학 연구소의 고문으로 영입됐다. 그는 중국의 연구소에서 미 국방부가 수행했던 기밀 작업과 밀접한 연구 과제를 수행했다.

FBI는 문건 말미에 ‘잠재적 내부자의 위협’으로부터 학교와 조직을 보호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일종의 ‘감시’를 제안했다. 우선 직원들에게 보안 교육을 하고 중요한 자료는 철저히 보호하도록 권고했다. 교직원 채용이나 입학 심사 때 신원 확인을 철저히 하라고도 주문했다.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는 직원이나 학생을 감시하는 방법도 공유했다. 대학 내 컴퓨터 네트워크로 해당 직원을 모니터링하는 식이다. 유학생이나 교직원의 행동에 의심의 정황이 보인다면 FBI에 그들의 활동을 보고해 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미 대학 관계자는 “FBI의 설명회가 이례적인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다른 대학들도 순회하면서 비공식 설명회를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FBI는 지난해 텍사스 휴스턴에서도 의료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설명회를 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부터 중국이 미국 내 중국인 연구원과 유학생 등을 동원해 자국의 첨단 과학기술을 유출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미 정부는 지난해 7월 로봇, 항공, 첨단 제조업 등의 분야에서 연구하는 중국인 유학생의 비자 유효기간은 5년에서 1년으로 단축했다. 지난 3월 세계 최고의 암 전문 의료기관인 텍사스대학 MD앤더슨 암센터는 중국 정부를 위해 스파이 행위를 한 혐의로 중국인 과학자 3명을 추방했다.

중국 유학생과 교직원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외국인 유학생과 교직원들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 서부 지역의 한 대학원에서 통상경제를 전공하는 강모(32)씨는 “한국 유학생에 대한 직접적 통제 움직임은 없다”면서도 “이민자를 제한하는 정책에 이어 미·중 통상 갈등이 대학으로까지 번지면서 유학생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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