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은 다리 펴진 것 꿈만 같아… 걸을 때마다 한국에 감사”

선한목자병원 후원 ‘O자형 다리’ 수술받은 미얀마 시슬리 쉬양

이창우 서울 선한목자병원장(뒷줄 가운데)이 지난달 15일 서울 강남구 논현로 병원에서 미얀마 초등학교 교사 브헤씨, 시슬리 쉬양, 김정신 굳셰퍼드재단 이사장(왼쪽부터)과 환송식 후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강민석 선임기자

시슬리 쉬(14)양은 미얀마 수도 양곤의 북동쪽에 있는 허밀리 타운에 거주한다. 양곤에서 걷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꼬박 3일간 가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소수민족인 나가족 출신으로 모친은 어렸을 때 사망했고 부친은 집을 떠난 지 오래다. 친형제와도 6년 전 헤어졌다.

그가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은 채 식구들과 헤어졌던 이유가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다리가 심하게 휘었기 때문이다. 양쪽 무릎이 심하게 뒤틀리고 대퇴골과 하퇴골이 동그랗게 돼 누가 봐도 심각한 O자형 다리를 지닌 장애인이었다.

현지 자선단체의 도움으로 마운틴뷰 초등학교 4학년에 간신히 다니던 그에게 지난 1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K팝의 나라’ 한국의 한 기독교 병원에서 다리를 고쳐주겠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 무료 의료혜택을 주겠다고 자원한 곳은 서울 강남구 선한목자병원과 굳셰퍼드재단, 이디야커피였다.

이창우 선한목자병원장은 17일 “미얀마 자선단체의 추천으로 지난 1월 병원을 방문했을 때 한국의 정형외과와 종합병원이 모두 수술을 거부했던 이유를 알게 됐다”면서 “1억원이 넘는 비용은 둘째치고 수술이 너무 위험했다. 우리가 흔쾌히 확답을 내리지 못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고 회고했다.

옆과 뒤, 안쪽으로 회전된 다리 기형은 정형외과학회에 보고된 적이 없을 정도였다. 수술하려면 뼈를 4등분한 뒤 다듬고 각도를 돌려 핀으로 고정하는 3차원 수술을 해야 했다.

서울 광림교회 장로인 이 원장은 “기도 중에 주님께서 ‘이 아이를 돌려보내면 어느 곳에서도 수술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마음고생만 하다가 미얀마로 가고 평생 마음과 육체의 장애를 안고 살 것’이라는 마음의 부담을 주셨다”고 했다.

수술은 한양대 의대와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공부하고 미국 피츠버그병원과 하버드의대에서 인공관절과 스포츠의학, 줄기세포, 유전자 치료술을 전공한 이 원장이 직접 맡았다.

지난 1월 수술 전 사진.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퍼즐 맞추듯 7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하고 뼈 접합 부위에 줄기세포까지 주입했다. 다리를 ‘11’자로 만드는 수술을 마치니 키가 단숨에 7㎝나 늘었다.

당분간 목발을 짚고 다녀야 하는 시슬리 쉬양은 “처음엔 약간 무서웠지만, 다리가 펴진 지금은 꿈만 같다”면서 “4개월간 선한목자병원에서 지내며 창밖으로 봤던 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웃었다. 그는 “앞으로 가난한 사람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서 “똑바로 펴진 다리를 볼 때마다 한국에서 내 다리를 펴준 제2의 ‘부모님’이 생각날 것 같다”고 울먹였다.

시슬리 쉬는 김선도 전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과 주한 미얀마 대사가 참석한 가운데 조촐한 환송회를 갖고 최근 미얀마로 돌아갔다. 뼈가 아무는 과정을 좀 더 지켜봐야 했지만 비자 기간 만료로 어쩔 수 없었다.

굳셰퍼드재단 김정신 이사장은 “70여명의 병원 직원이 그동안 자신의 친조카처럼 정성껏 돌봐줬다”면서 “딸아이를 시집보내는 심정이 이와 같을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원장은 명절 연휴 기간 진행하는 미얀마 의료선교 때 ‘미얀마의 딸’을 찾아가 수술 경과를 점검할 예정이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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