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 모아 남긴 장모의 유산, 다일공동체에 기부한 후손들

조용근 전 대전지방국세청장 가족


지난 3월 구순(九旬)의 장모가 돌아가신 후 유품을 정리하다 450만원이 들어있는 통장을 발견했다. 맏사위 조용근(73·사진 맨오른쪽)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이 다달이 드린 용돈 50만원을 모은 사실상 전 재산이었다. 6녀1남 후손들은 550만원을 추가로 모아 총 1000만원을 마련해 소외 이웃을 밥상으로 섬기는 다일공동체 밥퍼나눔운동본부의 재건축 기금으로 기부하고 어버이날에는 배식 봉사를 했다. 조 전 청장은 “가진 것이 적어도 누구나 유산을 기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세무법인 석성 사무실에서 17일 조 전 청장을 만났다. 크리스천인 그는 세무법인 석성 회장 직함보다 (재)석성장학회 회장과 (사)석성1만사랑회 이사장으로 더 유명하다. 1984년 부친의 유산 5000만원으로 시작해 94년 출범한 석성장학회 기금은 현재 32억원으로 불어, 매년 억대의 장학금을 수백명 학생들에게 지원한다. 1만명이 월 1만원씩 모아 중증장애인의 공동생활관을 지어주자는 석성1만사랑회는 현재 5호 나눔의 집을 짓고 있다. 나눔 관련 직함만 30개가 넘는 그는 왜 하필 기부처로 밥퍼 재건축을 골랐을까.

“돈은 별로 없지만 내가 죽거든 사회 어려운 곳에 남은 걸 써달라는 장모님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제가 2007년부터 다일공동체 밥퍼나눔 명예본부장이기도 합니다. 개인과 법인 이름으로 각각 기부를 해왔습니다. 십일조 일부로 다달이 일정액을, 그리고 추가 수입이 생길 때마다 지속적으로 돕습니다. 세무 공무원 후배들에게도 항상 이야기합니다. 세리 소리 듣지 말고 나누고 베풀라고. 내가 하면 너희도 할 수 있다고요.”

서울 청량리역 일대 재개발로 이전 압박을 받고 있는 밥퍼는 현재의 임시 건물을 재건축해 노인 고독사 방지센터를 세운 뒤 서울시에 기부채납할 계획이다. 밥퍼 관계자는 “재건축에 필요한 금액 가운데 25%만 모금된 상황”이라며 “연말까지 공사 시작에 필요한 최소 예산이 마련되도록 기도 중”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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