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의 시선이 법제처에 쏠려 있다. 법제처가 이르면 이달 안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 대한 ‘법령 해석’ 결과를 발표한다는 관측 때문이다. 법제처가 김 의장과 카카오를 ‘동일인이 아니다’고 해석하면 카카오가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리에 오를 여지가 커진다. 반대로 동일인이라는 입장을 낸다면 카카오뱅크의 ‘주인 찾기’는 더 늦어지거나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17일 “지난달 말 법제처장이 바뀌면서 결과 발표가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언제 결과가 나오나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금융 혁신, 금융권의 ‘메기’를 표방하며 출범한 인터넷은행들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 문턱에서 표류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등 비금융회사가 금융회사 대주주가 되려면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 등 법령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어야 한다. 수사기관의 수사나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아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멈춘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가 되겠다고 나선 KT, 카카오는 위법 논란에 휘말려 있다. 당연히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중단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선 금융 혁신은커녕 자본 확충도 어렵다고 인터넷은행 업계는 하소연을 한다.

카카오뱅크는 김 의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발목이 잡혔다. 김 의장은 2016년 카카오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모든 계열사를 공시해야 함에도 5곳을 공시하지 않은 혐의로 지난해 11월 약식기소됐다. 그해 초 공정위가 ‘실무자 과실’로 판단해 경고로 끝낸 사안인데, 검찰 판단은 달랐다. 김 의장은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1심 법원은 지난달 14일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재판은 ‘장기전’에 들어갔다.

김 의장과 카카오의 관계도 ‘대주주 자격’ 방정식을 구성하는 변수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에서 규정하는 대주주에 개인(김 의장)도 포함되는지, 김 의장을 카카오의 주요 경영에 영향을 행사하는 ‘동일인’으로 볼지에 따라 대주주 적격성 판단은 달라진다. 이에 금융 당국은 지난 4월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맡겼다. 금융위 관계자는 “김 의장의 확정 판결 결과, 법제처 유권해석 등을 종합해 카카오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재개를 판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는 더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KT가 담합 혐의로 과징금 조치와 검찰 고발을 당하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요원하기 때문이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케이뱅크는 현재 주요 주주인 우리은행 등을 통해 1000억원을 증자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케이뱅크 주주사 관계자는 “우선주를 통한 증자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와 여당은 인터넷은행 대주주 자격 요건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찬반 논란이 거세 당분간 현실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지난 2일 논평을 내고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경기규칙과 심판을 바꾸겠다는 일차원적 발상의 초라함을 개탄한다”며 “금융시스템 안정과 국민 세금을 담보로 벌이는 정책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의 대주주로 어느 회사가 돼야 금융 혁신이 이뤄진다는 관점보다 (인터넷은행) 대주주 자격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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